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대학교 학과/학부명 개편, 알다가도 모를 이름

튼씩이 2023. 4. 17. 13:23

“ 우리 올해는 ‘공공안전학부’이고 내년에는 ‘휴먼서비스학부’래. ”

 

경기대학교의 청소년학전공의 경우, 2022년에는 ‘공공안전학부’ 이름을 사용했지만 내년에는 ‘휴먼서비스학부’ 이름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교에서 구조조정으로 학과명이나 학부명이 달라지는 경우는 빈번하다. 영어 이름이나 함축적인 단어의 연결로 된 이름을 들었을 때 학과/학부에서 배우는 학문이나 진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많은 학교에서 개편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경기대학교를 예로 들어 어떤 학과 이름들을 사용하는지 찾아보고 학과와 학부의 이름 변경이 왜 자주 발생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영어 이름으로 된 학과/학부 이름

영어로 되어 있는 학부명을 보면, ‘Fine Arts 학부’는 예술체육대학에서 서양화 전공, 미술경영 전공, 한국화 전공, 서예 전공이 속해 있는 학부다. 학부명을 다루기 전에 어떤 학문을 배우는 학부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공들을 간략하게 알아보자. 먼저 서양화 전공에서는 서양미술의 전공분야를 연구하고, 미술경영 전공은 시각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술 이론과 전시행정을 배운다. 한국화 전공에서는 전통 한국회화의 계승과 현대 미술문화 창조 능력을 갖춘다. 서예 전공에서는 서예 전반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연마하고 현대적인 문자 예술을 배운다. 전공 소개와 더불어, 'Fine Arts'가 ‘미술’을 뜻한다는 것만으로도 ‘Fine Arts 학부’가 예술 학문을 배우는 학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Fine Arts 학부’의 경우, ‘미술학부’나 ‘예술창작학부’ 같은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티공학부’는 창의공과대학에서 건설시스템공학전공, 건축공학전공, 도시/교통공학전공이 속해 있는 학부다. 건설시스템공학전공에서는 구조공학, 지반공학, 도로 및 시공학 분야 등 학문을 배우고 있으며 다양한 실험실습을 통하여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 가능한 능력을 갖춘다. 건축공학전공에서는 건축공학에 관한 전문교육을 배운다. 도시/교통공학전공은 도시 및 교통 분야의 전문성을 배운다. ‘스마트시티학부’는 주로 건축을 배우는 학부로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도시 건축 학문을 추구한다. 이 경우 역시 우리말로 대체 가능하다.

 

예술체육대학에 속하는 ‘시큐리티매니지먼트학과’도 ‘Security Management’를 그대로 사용한 이름이다. 학과 교육과정은 ‘공공안전공직 트랙’과 ‘호스피탈리티시큐리티 트랙(Hospitality Security)’으로 나눠진다. 공공안전공직트랙은 경찰, 소방 등의 공공안전 분야 공직 진출을 준비하고 호스피탈리티시큐리티트랙은 카지노, 호텔, 리조트 등 환대 산업 분야의 보안관리 직종 진출을 준비한다. 보안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학문을 배우고 있어 학과 이름을 ‘보안 관리’를 영어로 표현하였다. 원래 1998년에 ‘경호행정학전공’으로 신설되었다가 2018년에 보안산업의 발전과 졸업생 진로의 다변화를 위해 ‘시큐리티매니지먼트학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 학과도 기존 이름이나 다른 이름으로 대체 가능해보인다.

 

 

다수의 약자로 나열된 학과/학부명

한자어, 순우리말, 영어 등 여러 단어들의 나열로 구성된 학과명과 학부명은 하나의 학문 분야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많은 학과에서 사용하고 있다. 2023년에 신설 예정인 학과들에서도 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경영대학의 AI컴퓨터공학부에 속한 ‘SW안전보안전공’이 있다. ‘SW안전보안전공’은 소프트웨어 안전보안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기초 소프트웨어의 지식을 습득하고 체계적인 안전보안 시스템 설계를 배운다. 학과의 실질적 의미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의 약자 단어 ‘SW’와 여러 한자어를 나열한 이름 구성이다.

 

창의공과대학의 ‘사회에너지시스템공학과’는 다양한 학문 분야가 함께 쓰인 이름이다. 2023년 이전에 있던 ‘건설시스템공학전공’과 ‘환경에너지공학전공’이 합쳐진 학과로 에너지 관련 사회기반시설의 건설과 유지 방법을 연구하고 친환경에너지 생산/관리 이론을 배운다고 한다. 학과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학과인지 혼란스럽지만 학과 소개를 들어보면 이름처럼 배우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수의 단어 사용으로 학과의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고 복잡한 느낌을 받는다. 학과 이름에 ‘에너지’, ‘건설’ 등 학과 학문에서 강조하는 단어나 우리말을 중심으로 사용하면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이 학과/학부명을 바꾸는 이유

대학이 학과/학부의 이름을 개편하거나 학과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대학혁신지원사업 영향이 크다. 2022년 1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 명에서 2024년 43만 명, 2040년엔 현재의 절반인 28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3년간 재정지원을 하는 대신에 대학의 여건과 역량, 발전전략 등을 고려해 적정 규모화를 포함한 자율혁신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대학교들은 대학 지원과 교육 환경의 변화를 위해 기존 학과의 유사성을 해소하고 첨단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학과가 없어지고 융합되고 신설하는 과정에서 학과명과 학부명의 변화는 앞으로도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경기대학교의 사례를 들어 현재 개편된 학과와 학부 이름들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학과 이름들을 살펴보고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학문의 융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변화된 학교 모습을 보이기 위해 우리말보다 영어 이름을 자주 사용하거나 약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학과/학부 운영을 발전시키는 점은 좋으나 학문 분야의 다양성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다보니 학과의 특징이 모호해지고 영어와 약자 반복 사용이 많아졌다. 학과의 구분과 방향성을 위해서라도 학과의 이름을 명확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함축적인 단어 반복은 줄이고 영어 이름은 가급적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로 대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