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5234호) 가난한 백성, 흉년에 나물로 끼니 때워

튼씩이 2026. 5. 10. 17:26

"도내의 각 관아에서 여러 해 계속되는 흉년으로 장소를 설치하고 진휼을 하고 있지만 모두 패랭이꽃과 피뿐으로 유명무실합니다. 가난한 백성들은 나물을 캐어 먹고 있으나 그래도 먹고 살 수가 없어서 약한 자는 몰래 도적질하고, 강한 자는 살인하며, 심지어는 밥을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목을 졸라 죽이고 뺏어 먹은 자까지 있으니, 흉년의 피해가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위는 《명종실록》 26권, 명종 15년(1560년) 5월 27일 자 기록으로 함경도 관찰사 정응두(丁應斗)가 올린 내용입니다. 몇 년째 흉년이 계속되어 관찰사에서 곤궁한 백성을 돕고 있으나 그것도 패랭이꽃과 피뿐이어서 하나 마나 하다는 실정이며, 빈궁한 백성들은 나물을 캐어 먹지만. 도적질하고, 살인까지 할 정도로 흉년의 피해가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 봄철 귀한 먹거리 냉이, 달래 등 나물(출처 크라우드픽)

 

여기서 등장하는 ‘나물’은 산이나 들에서 뜯은 식물 또는 푸성귀에 간을 하여 만든 반찬이며,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의 재료를 두루 이르기도 합니다. 또 나물의 재료가 되는 것은 모든 푸성귀는 물론 버섯, 나무의 새순 따위도 쓰입니다. 또 이러한 제철에 나는 나물 말고도 그때그때의 나물들을 여러 방법으로 말려두었다가 겨울이나 새싹이 돋지 않는 이른 봄에 불려 쓰므로 나물은 연중 어느 때나 우리의 밥상에 올릴 수 있는 귀중한 먹거리입니다. 나물은 <농가월령가> 이월령의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로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이국은 비위를 깨치나니.”라고 나와 있으며 정월령과 삼월령에도 나물이 등장할 정도지요. 나물, 조선시대엔 귀한 구황식품(먹을 것이 부족할 때 굶주림을 면하기 위한 먹거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