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85호) 오늘은 눈이 많이 온다는 절기 대설(大雪)

튼씩이 2020. 12. 7. 08:07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째인 대설(大雪)입니다. 소설(小雪)에 이어 오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원래 절기가 역법(曆法)의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과 맞춘 것이기에 우리나라는 반드시 이때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습니다.

 

 

 

▲ 창덕궁 서설(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時維仲冬爲暢月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동짓달이라

大雪冬至是二節 대설과 동지 두 절기 함께 있네

六候虎交麋角解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

鶡鴠不鳴蚯蚓結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

荔乃挺出水泉動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

身是雖閒口是累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

... (아래 줄임)

 

 

위 시는 열두 달에 대한 절기와 농사일 그리고 풍속을 각각 7언 고시의 형식으로 기록한 19세기 중엽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입니다. 이때는 한겨울로 농한기이고 가을에 거둔 풍성한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어서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족한 때입니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눈이 와 세상은 온통 하얗게 바꿔놓는 대설 무렵에는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속담이 전합니다. 이는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이 되므로 냉해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하는 뜻이지요. 또 그렇게 눈 속에서 생명이 움트고 있는 보리는 음기를 잉태했다가 음기가 모자랄 수밖에 없는 여름을 채워주는 곡식이 됩니다. 그렇게 죽은 듯 보이는 눈 속에도 생명이 움트고 있는 것처럼 이제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우리네 세상 그 속에도 희망은 살아 있음을 잊지 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