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486호) 김홍도의 천재성에 날개를 달아준 강세황

튼씩이 2020. 12. 8. 21:50

우리는 조선시대 으뜸 화원으로 단원 김홍도(金弘道)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원은 풍속화를 독창적으로 담아낸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런데 그가 그렇게 뛰어난 화원이 된 데에는 표암 강세황(姜世晃)의 공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단원이 7~8살 되던 무렵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표암은 그를 아끼며 글과 그림을 가르친 뒤 도화서에 천거하여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합니다.

 

 

심지어 표암은 호랑이 그림의 표준작이라 평가를 받는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등의 그림을 함께 그렸지요. 표암은 <송하맹호도> 오른쪽 위에 ‘표암화송(豹菴畵松)’이라 적었고, 단원은 왼쪽 아래에 그가 40대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호 ‘사능(士能)’을 적어 놓았으며, 소나무는 표암이, 호랑이는 단원이 그렸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윗부분에 소나무 둥치만 그려 넣고 가지 한 줄기만 밑으로 뻗게 하여 공간감과 구성미를 동시에 그려낸 표암의 노련미, 수만 개의 호랑이 털을 정밀하게 그려 넣어 호랑이의 위용을 뽐낸 이 그림이야말로 불멸의 ‘송하맹호도’임이 분명합니다.

 

 

 

▲ 김홍도ㆍ강세황 합작, <송하맹호도>, 비단에 담채, 90.4×43.8cm, 호암미술관

 

 

 

“그림 그리는 사람은 대체로 천과 종이에 그려진 것을 보고 배우고 익혀 공력을 쌓아야 비로소 비슷하게 할 수 있는데, 그는 스스로 알아내어 교묘히 자연의 조화를 빼앗을 수 있는 데까지 이르렀다.”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와 김홍도의 사귐은 세 번 변했다. 시작은 그가 어려서 내 문하에 드나들 때로 그림 그리는 비결을 가르쳤고, 중간은 관청에서 아침저녁 서로 마주했으며, 마지막은 함께 예술계에 있으며 참된 벗으로 지냈다.”라고 하여 손자뻘의 지체 낮은 화원에 불과한 제자를 벗으로까지 올려놓았는데 그런 표암은 위대한 스승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