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할 ‘람(婪)’, 질투할 ‘질(嫉)’, 질투할 ‘투(妬)’, 싫어할 ‘혐(嫌)’,
아첨할 ‘녕(佞)’, 허망할 ‘망(妄)’, 요망할 ‘요(妖)’, 노예 ‘노(奴)’,
기생 ‘기(妓)’, 노는계집 ‘창(娼)’, 간사할 ‘간(奸)’, 매춘부 ‘표(婊)’,
음탕할 ‘표(嫖)’
여성이 부정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과 결부되어
‘여(女)’ 자가 부수로 되어있는 한자들입니다.
사람들에게 여성을 경시하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 말입니다.
그것을 고쳐 쓰자는 학자의 주장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속담에도 그런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다."
"계집은 밖으로 돌면 못 쓰고, 그릇은 밖으로 돌리면 깨진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제맛이다."
"계집은 남의 계집이 더 예뻐 보이고,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 난다."
이 밖에도 한자를 파자(破字)하면 의미가 선명해지는 글자도 있지요.
의미라는 것이 비하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아내 ‘처(妻)’ 자는 의복을 짓는 여자를,
아내 ‘부(婦)’ 자는 청소하는 여자를,
계집 ‘첩(妾)’ 자는 시중드는 여자를 말하고 있습니다.
천할 ‘비(婢)’ 자 역시 계집녀 자에 낮을 ‘비(卑)’ 자를 쓰고 있고
기생 ‘기(妓)’ 자는 계집녀에 갈라질 ‘지(支)’로 구성된 글자로
여러 남자의 노리개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 전통혼례를 올리는 모습, (그림 이무성 작가)
혼인(婚姻)란 말에서 혼(婚)은 ‘아내의 친정’을 말하고 인(姻)은 ‘사위의 집’을 뜻해 ‘남녀가 시집가고 장가드는 일’이 된다. 그러나 ‘결혼(結婚)’이란 말은 인(姻)이 없으므로 장가간다는 뜻만 있고 시집간다는 뜻은 없다. 따라서 ‘혼인’이란 말에 견줘 ‘결혼’은 남녀를 차별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사회 지도층이나 관리자는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고
능력에 차이가 없는데도 남성의 임금이 더 높습니다.
뿌리 깊은 편견에서 오는 차별이 문제이지요.
단어도 남녀(男女)라고 쓰지 여남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시험을 보면 대부분 여성이 상위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능력과 상관없는 대우는 옳다고 할 수 없지요.
그리고 남녀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배우자(配偶者)라는 표현에는 높낮이나 어느 한쪽에 비하의 개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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