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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세한도(歲寒圖)>는 '추운 겨울 정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사람들은 더욱 따스함을 그리워하게 마련이지요. 그리하여 조그만 온정에도 마음 깊이 감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1844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로 제주도에서 5년째 유배 생활을 하던 가운데, 그의 제자 우선 이상적(1804~1865)이 자신을 대하는 한결같은 마음에 감격하여 그려 보낸 작품입니다.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그다지도 제 분수에 넘치는 칭찬을 하셨으며, 그 감개 또한 그토록 절실하고 절실하셨습니까? 또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권세와 이익을 따르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세파 속에서 초연히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까요? 다만 작은 마음에 스스로 하지 않을 수 없었을 따름입니다. 하물며 이러한 서책은, 비유컨대 몸을 깨끗이 지니는 선비와 같습니다. 결국 어지러운 권세와는 걸맞지 않는 까닭에 저절로 맑고 시원한 곳을 찾아 돌아간 것뿐입니다.”
이상적은 스승의 <세한도>를 받아보고 곧 위와 같은 감격에 겨운 답장을 올렸고 편지의 약속대로 이듬해 10월 동지사의 역관이 되어 북경에 갔습니다. 그리고 청나라의 문인 16명과 같이한 자리에서 <세한도>를 내보였지요. 그들은 <세한도>의 고고한 품격에 취하고, 김정희와 이상적 두 사제 사이 아름다운 인연에 깊이 감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을 기리는 송시와 찬문을 다투어 썼지요. 이상적은 이것을 모아 10미터에 달하는 두루말이로 엮어, 유배지의 스승에게 보냈습니다. 유배간 스승을 외면하지 않고 북경과 제주 사이를 오가며 스승을 받든 이상적의 아름다운 마음을 우리는 <세한도>에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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