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마음을 모으는 스포츠, 언어도 모을 순 없을까?

튼씩이 2023. 11. 2. 09:08

지난달 23일, 중국에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두며 여러 종목에서 수많은 메달을 거머쥐었다. 사람들은 나라를 함께 응원하며 서로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귀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중국에서 열리기에, 우리나라의 대다수 사람은 생중계 혹은 뉴스 보도를 통해 경기를 접한다.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중계나 보도에서 사용되는 스포츠 용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 용어에는 영어 표현이 상당히 많아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출처: 연합뉴스

‘양궁 최강’이라 불리는 한국은 수식어에 걸맞게 여자 양궁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다. 임시현, 안산, 최미선으로 팀을 꾸린 한국은 중국에 세트 점수 5-3으로 승리했다. 여기서 ‘세트(Set)’란 경기의 한 판을 이르는 말이다. 김제덕, 오진혁, 이우석으로 이루어진 남자 양궁 대표팀은 13년 만에 리커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에는 ‘리커브(Recurve bow)’와 ‘컴파운드(Compound bow)’라는 두 개의 종목이 있다. 기계 장치가 없는 활을 ‘리커브 활’이라고 하고, 기계 장치의 도움을 받아 쏘는 활을 ‘컴파운드 활’이라고 한다. 활의 이름을 따서 종목을 정한 셈이다.

남자 하키 대표팀은 4쿼터에서 극적인 결승골로 개최국 중국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쿼터(Quarter)’는 전 경기 시간을 4등분할 때 4분의 1의 시간을 말한다. 우리 대표팀은 4승 1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를 통과했는데 준결승전에서 인도를 넘지 못했다. ‘리그(League)’는 대전 방식의 하나이며, 리그전에서는 서로 한 번 이상 겨루어 가장 많이 이긴 팀이 우승하게 된다. ‘조별리그’는 조별로 벌이는 ‘리그’를 일컫는 말이다.

출처: KBS뉴스

지유찬은 남자 자유형 50미터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경재 YTN 스포츠부 기자는 “지유찬 선수와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양쪽 선수들을 비교했을 때 키가 12~13센티미터 차이가 난다”고 말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따낸 금메달이라서 더 값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핸디캡(Handicap)’은 불리한 조건을 뜻하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불리한 조건’이나 ‘약점’, ‘단점’, ‘흠’ 등으로 바꾸어 쓰도록 권고한다.

 

이렇듯 스포츠 중계나 뉴스 보도에서 영어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핸디캡’처럼 충분히 순화할 수 있는 용어는 우리말로 바꾸어 쓰고, 그럴 수 없는 용어는 중계나 보도할 때 사람들이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 뛰어난 성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욱 많은 한국인이 충분히 이해하며 경기를 관람하여 그 온도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스포츠 용어를 톺아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모으는 스포츠가 언어도 하나로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