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로 감소했던 국내 유학생 수가 다시 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외국인 유학생 수는 16만 6,892명으로 역대 최대다. 케이팝 등 한류의 인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유학생 비중도 늘었다. 특히 베트남 유학생 비중은 2018년 19%에서 지난해 22.7%로 늘었다. 이는 한류의 인기와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 취업에 한국 유학 경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유학생 중 한류가 좋아 베트남에서 유학을 왔다는 명지대학교 쯔엉투이중 학생을 만나 한국어를 공부하며 느낀 점을 들어보았다.
- 질문: 자기소개와 한국으로 유학 온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 답변: 안녕하세요? 저는 베트남에서 온 28살 유학생 쯔엉투이중이고,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4학년입니다. 베트남에 있을 때 케이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봤어요. 계속 보니 한국어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한국 문화도 더 잘 알고 싶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유학하면 베트남에서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왔습니다.
- 질문: 학교에서 한 유학생 대상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나요? 있었다면 어땠나요?
- 답변: 디지털미디어학과 ‘인터내셔널 소셜 나이트’ 행사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한국 학생과 유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같이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학과 정보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정보가 제가 학교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학과 내 행사 외에도 명지대학교에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국제교류처가 있다. 교내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외국인 전담교수제와 한국어 교육으로 학업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이 밖에도 한국어교육기관(한국어학당) 운영, 학생들 간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외국인학생 뉴스도 발간한다.
출처: 명지대학교 국제교류처 누리집
- 질문: 한국인 친구들과 지내면 줄임말이나 유행어를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쯔엉투이중 씨도 많이 사용하시나요?
- 답변: 친구들과 장난칠 때 좀 쓰는 것 같아요. “출튀”(출석하고 튀다)나 “요카투”(요즘 카페 투어) 같은 말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어학당에서 배우지 못한 말이라 당황했는데, 계속 쓰니까 재미있어서 이제는 많이 씁니다. 한국어는 이렇게 줄임말이나 합성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한 것 같아요.
- 질문: 그 밖에 한국어를 공부하고 사용하면서 직접 느꼈던 매력이 있나요?
- 답변: 사물을 표현하는 말이 다양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색을 표현하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다홍색, 바다색, 밤색처럼 색깔을 섬세하게 나누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 질문: 제일 좋아하거나 예쁘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있나요?
- 답변: 저는 예쁘다, 별, 사랑 이렇게 세 개가 가장 예쁜 것 같아요. 말의 느낌을 잘 살리는 모양이라서요.
실제로 세종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이 뽑은 아름다운 우리말 100개 중 예쁘다가 5위를 차지했고 별이 4위, 사랑이 1위를 차지했다.
- 질문: 반대로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 답변: 띄어 쓰기와 높임 표현이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높임말은 종류가 많기도 하고 ‘말씀’, ‘주무시다’처럼 단어가 바뀌어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 또 교수님이나 친구들이 속담이나 관용표현을 쓰면 알아듣기 어렵더라고요. 한번은 친구를 제 자취방으로 초대해서 요리를 해줬는데, 저에게 손이 크다고 해서 진짜 손이 크다는 줄 알고 손 크기를 비교해본 적도 있었어요. (웃음)
쯔엉투이중 학생처럼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띄어쓰기와 높임 표현이라고 한다. 띄어쓰기는 여러 조항이 있는 만큼 한국인도 완전히 익히는 것이 어렵다. 모어에 우리말 같은 띄어쓰기가 없는 학습자라면 더 낯설고 어렵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높임법은 주체, 객체, 상대 높임 3가지가 있으며 어말 어미나 조사를 사용하거나 특정 어휘를 사용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때에 따라 어휘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한국은 특히 관용 표현이 발달해 있는 편인데, 이런 관용표현을 알아들으려면 사회문화적 배경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 질문: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 답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게 힘들었고 유학생활이 바빠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 못해 관계가 많이 멀어져 속상했습니다. 또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울 땐 잘 하는 편이라 한국에 가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까 제대로 못 알아듣고 말도 잘 못 해서 힘들었습니다. 특히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너무 빨리 말씀하시고 강의 자료도 다 한국어라 따라가기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동시 번역기를 켜 놓아도 제대로 번역되지 않아 수업이 더 어렵더라고요. 학교에서 한국어능력시험 3급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그걸로 모든 말을 알아듣고 소통하기는 어려웠어요.
실제로 교육부는 한국어 능력시험 3급 이상 취득을 대학 입학과 졸업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유학생은 한국어 실력을 늘리지 못하고 졸업하여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 질문: 마지막 질문으로 이제 막 유학 온 학생에게 한국어를 잘 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줄 수 있나요?
- 답변: 저는 베트남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한국 드라마나 예능을 많이 봤는데, 한국에 와서는 한국어 공부를 위해서 자막을 끄고 봤어요. 좋아하는 것으로 공부하니 중간에 그만두는 일이 없었습니다. 또, 일 경험도 쌓고 한국 문화를 경험하면 더 빨리 익힐 수 있을 것 같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주문을 잘못 받거나 실수한 적도 많았지만 야단맞으며 배웠던 이 때가 한국어가 가장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저는 드라마 자막 없이 보기와 아르바이트를 추천하고 싶네요!
유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온 만큼, 한국말과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가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학생이 보아도 예쁜 한국말을 더 잘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의 행사를 자주 개최하면 좋을 것이다. 또, 실제 상황에서 한국인 학생과 한국어를 사용하며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한국어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캠프 등을 마련하여 대화의 기회를 제공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유학생과 한국 학생이 조를 이루어 한국의 관광지와 맛집을 돌아다니는 도장 투어를 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한글문화연대 10기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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