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윤수빈씨는 지난 추석연휴 때 서울 지하철 우이신설선을 타고 성묘를 가다 “태그리스가 뭐냐”는 아들의 물음에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어디에서 봤냐”는 물음에 아들은 “역에서 ‘태그리스 게이트’라고 적힌 팻말이 놓인 출입구로 사람들이 교통카드를 대지 않고 그냥 통과하는 것을 보고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윤씨는 “태그리스는 교통카드를 찍을 필요 없이 그냥 지나가도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한편으론 그냥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면 안 되나 싶었다”고 했다.일상적인 외국어 사용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공기관의 외국어 사용도 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중점 추진 사업에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붙는 경우도 있다 보니 한 번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는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 며칠에 걸쳐 대중교통 속 외국어·외래어 사용 실태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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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노변’이나 ‘노견’을 순우리말인 ‘갓길’로 바꾼 것 역시 고운 우리말을 살린 좋은 예이다. 이밖에 완전히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 ‘AED’를 ‘자동제세동기’를 거쳐 ‘자동심장충격기’로 바꾸려는 노력은 외국어·외래어를 쉬운 우리말로 쓰려는 움직임이다.아무리 좋은 대중교통 시설과 서비스를 갖췄더라도 언어 문제로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 특히 교통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안전·위험·건강과 관련된 말로 모든 국민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국어·외래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이 될 수 있도록 더 알기 쉽고 친숙한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14835.html
이 뉴스는 한겨레(2023. 11. 03)에서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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