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문화어는 북한이 표준말로 삼고 있는 평양 중심의 말인 북한의 공용어로, 한국의 표준어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럼 북한은 왜 문화어를 만들게 됐을까요? 1960년대 들어서 주체사상이 대두되면서 언어 영역에서도 북한만의 독자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쓰는 표준어로부터 독립된 언어를 만들고자 한 것이 기본 발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노동 계급의 계급적 지향과 생활 감정, 규범성과 민족어, 혁명성과 문화성, 주체적 언어 사상 등을 강조한 언어입니다.
어휘, 맞춤법에서의 차이점
한국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의 차이점은 어휘에서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둘 사이에 뜻은 같지만 말이 다른 어휘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 사진에 나온 어휘 말고도 ‘도시락’을 ‘곽밥’으로 ‘볼펜’을 ‘원주필’ 등으로 다르게 부르는 어휘가 많습니다. 남북한 한쪽에서만 사용하는 어휘도 있습니다. ‘찜질방’, ‘재수생’, ‘주식’ 등은 한국에서만 사용하고 ‘밥공장’ ‘량권’ 등은 북한에서만 씁니다. 이 단어들은 각각 ‘밥을 비롯한 주식물들을 만들어서 근로자에 공급하는 곳’, ‘국가기관에서 발행한 식량을 대신하는 증표’라는 뜻입니다.
맞춤법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두음법칙이 있어서 ‘ㄹ’과 ‘녀, 뇨, 뉴, 니’ 등을 처음에 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자의 원음대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전에 배열되는 자음과 모음 순서도 다르고 일부 자음의 이름도 다릅니다.
차이가 발생한 이유
한 언어에서 시작했지만 이렇게 많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요한 이유는 남북한의 교류가 많이 없어 언어관과 언어정책이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서울말 중심의 표준어를, 북한은 평양말 중심의 문화어를 공용어로 삼으며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은 이념적으로 언어를 통제하거나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민족 독립’과 ‘주체사상 확립’의 도구로 사용될 민족어를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언어를 혁명의 도구로 본 것입니다. 특히 ‘말다듬기’라는 국어 순화 운동을 전개해 어휘 차이가 심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더해 남북한의 체제가 다른 것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국은 영미 국가와 교류를 많이 해 영어 계열의 외래어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에 북한은 러시아어 계열의 외래어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처럼 남북한의 언어는 한 언어에서 시작됐지만 분단되고 8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계속 유지된다면 남북한 주민 간 심리적 거리감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탈북민들은 자신들의 말을 남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남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이 차이를 인지하고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10기 송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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