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룽지, 크로플, 소금 빵, 치즈케이크, 휘낭시에, 비스코티, 까눌레, 베이글, 크럼블…’ 이 중에 아는 것, 먹어본 것은 각각 몇 개인가요? 이 복잡해 보이는 이름은 최근 유행하는 후식, 빵 종류입니다. 후식에 관심이 커지면서 원래 빵이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급부상하기도 하고, 여러 빵이 합쳐져 새로운 빵이 생기기도 합니다. ‘휘낭시에, 비스코티, 카눌레’ 등은 유럽의 구움 과자, ‘베이글’은 유럽의 빵, 소금 빵은 일본의 빵입니다. 소금빵은 한국에 들어오며 여러 재료가 합쳐져 다양한 형태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크룽지’는 ‘크루아상’과 누룽지가 합쳐진 말로 ‘크루아상’을 누룽지처럼 눌러 납작하게 만든 빵입니다. ‘크로플’은 ‘크루아상’과 ‘와플’로 ‘크루아상’을 ‘와플’ 기계에 눌러 만든 빵입니다.
맛있는 데다 다양한 변화로 재미까지 주는 빵이지만 누군가는 지나친 외래어 사용과 새로운 합성어 때문에 빵 구매 시 어려움을 겪고는 합니다. 빵과 후식은 외국에서 들어온 식문화이기 때문에 외래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규범표기가 미정인 것도 많고, 한국어로는 대체하기 힘든 단어도 많습니다. 사실 ‘빵’이라는 단어도 라틴어 ‘panis’에서 왔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에는 외래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합니다. 한국어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어도 외래어를 그대로 씁니다. 소금 빵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소금 빵이 처음 유행했을 때 ‘시오 빵’이라고 불려 논란이 되었습니다. ‘시오’는 일본어로 소금이라는 뜻인데, 소금이라는 한국어가 있는데도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또 메뉴에도 불필요한 외래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노티드 도넛’의 ‘스트로베리 크림 도넛’, ‘올드페리 도넛’의 ‘피넛버터 도넛’, ‘랜디스 도넛’의 ‘애플 프리터’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도넛 가게들도 메뉴에 외래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딸기 크림 도넛’, ‘땅콩버터 도넛’, ‘사과 도넛’이라고 한국어로 충분히 표기가 가능한데도 말입니다. 물론 영국식, 미국식 도넛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뉴 이름 자체는 최대한 한국어로 적고, 아래 영문자에 로마자로 번역해서 적는 편이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더 나을 것입니다.
만약 가게 이미지 때문에 외래어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규범 표기를 지켜야 합니다. 아직 규범 표기가 미정인 경우가 많지만, 정해진 규범 표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크루아상을 ‘크로아상, 크라샹, 크루아샹’으로, 카스텔라를 ‘카스테라’로, 바게트를 ‘바게뜨, 바게테, 바게띠’로 다르게 사용합니다.
또 대기업인 ‘SPC’의 빵집 ‘파리크라상’에서도 케이크를 ‘케익’이라고 잘못 표기해 판매합니다. 특히 대기업에서 잘못된 표기를 사용한다면 소비자가 잘못된 표기도 규범 표기라고 혼동할 수 있습니다.
누리소통망에 후기를 남기는 빵 계정이 늘어나고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끼리 모임을 만드는 등 빵과 후식에 관심이 많아지는 만큼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는 빵문화를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글문화연대 10기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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