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4월 9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경성방직주식회사의 태극성 광목 광고는 “우리의 옷감, 우리의 자랑”이라고 내세웁니다. 이어서 “틀림없는 품질은 외품(外品)을 단연 능가! ...... 아 당당한 우리 제품. 우리의 자랑거리며 가장 좋은 우리의 옷감”이라고 광고합니다. 또 1927년 10월 24일 자 중외일보에 실렸던 동양염직소의 광고는 “우리 2천3백만 동포는 우리의 앞길을 생각하시고 좌의 물품(동양저, 동양견, 해동목, 동양직)을 추장하시옵소서”라고 합니다.
▲ 1933년 4월 9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경성방직주식회사의 태극성 광목 광고
이 광고들은 ‘우리 국산품’, ‘우리 동포의 옷’ 등의 표현을 써서 은연중에 일본을 외국으로 취급하고 조선을 독립국가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광고하면 ‘국뽕’이라며 배척을 받겠지만,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던 당시는 이런 광고를 하여 조선의 긍지를 유지하려고 애썼지요.
그런데 이를 본 조선총독부가 가만 놔둘 리가 없습니다. 그때 일제는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조선의 식민지화를 이루기 위해 광분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의 정치적ㆍ문화적 정체성은 광고에서도 위협받았던 것입니다. 앞의 중외일보엔 광고를 낸 며칠 뒤인 27일에는 다시 광고하면서 ‘우리’ 또는 ‘동포’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을 보면 일제의 광고검열이 극성스러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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