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70년대에는 《세계여성백과》가 집에 한질 정도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성백과가 있었지요. 1809년(순조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쓴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 《규합총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책은 언제 누가 지었는지 모르는 채 필사본 또는 목판본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1939년에 발견된 《빙허각전서(憑虛閣全書)》가 이 책의 제1부작으로 밝혀져 지은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가정살림의 모든 것을 쓴 책 《규합총서》 표지와 내용 가운데 ‘약쥬방문’(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규합총서》는 지은이가 서문에서 “이 모두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서 오래 살기 위해 먼저 힘써야 할 것이요, 집안을 다스리는 방법이라 진실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요, 부녀가 마땅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삶에서 꼭 필요한 슬기를 적어 모은 것입니다. 《규합총서》는 주사의(酒食議)ㆍ봉임측(縫則)ㆍ산가락(山家樂)ㆍ청낭결(靑囊訣)ㆍ술수략(術數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주사의>에는 장담그기, 술빚기, 밥ㆍ떡ㆍ과줄(한과)ㆍ반찬 만들기가 들어있고, <봉임측>에는 옷 만드는 법, 물들이는 법, 길쌈, 수놓기, 누에치기와 함께 그릇 때우는 법, 불 켜는 등의 모든 잡방이 수록되어 있지요. 또 <산가락>에는 밭을 갈고 가꾸는 법에서부터 말ㆍ소ㆍ닭을 기르는 따위 농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청낭결>에는 태교와 아기 기르는 요령 그리고 구급방ㆍ약물금기가 적혀 있으며, <술수략>에는 거처를 깨끗이 하는 법과 부적과 주술로 마귀를 쫓는 모든 방법이 있지요. 그래서 이 《규합총서》를 여성백과 또는 가정생활대백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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