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반짝이며 노란색을 띠는 금속이다. 원소기호 ‘Au’는 금을 나타내는 라틴어 'aurum'에서 따온 것이다. 한자로는 '金'으로 표기하는데, 이때의 금은 ‘쇠 금’으로서 금속(金屬)'을 말한다. 곧 金은 금과 금속 두 가지 뜻이 있다. 금속의 우리말은 쇠붙이이며 금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남아있지 않다.
신라인은 금을 비롯한 금속 전반을 모두 金이라는 한자로 옮겼고 색깔을 나타내는 표현을 앞에 붙여 구분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인은 금을 나륜세(那論歲)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는 중세 한국어 어휘 '노ᄅᆞᆫ쇠〮(노란 쇠)'에 대응한다. 이후 조선 초기부터는 금을 그냥 한자어인 '金'이라고 불렀고, 노란 쇠를 비롯한 고유어 표현은 이에 밀려 도태된 것으로 보인다.
금은 전성(展性)이 매우 우수해서 얇은 판이나 실로 가공할 수 있다. 전성이 강하다는 것은 물렁물렁하기는 하지만 잡아 늘이거나 강한 힘을 가한다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을 얇게 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펴지며 1μm (1/1000 mm) 이하의 두께까지 펼칠 수 있어서 뒤가 비쳐 보이는 얇은 금박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무언가를 금으로 칠하거나 도배했다는 말을 들어도 얇게 바르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금은 제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다른 금속과 달리 자연에서 거의 순수한 원소 형태로 존재한다. 금은 매우 안정된 금속이라, 반응성이 거의 없고 따라서 부식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으로 피부에 닿아도 해롭지 않은 귀금속으로서 일찍부터 여인들의 장신구로 사랑을 받았다. 금은 부작용이 없어서 치과 재료로도 사용되는 등 사람 몸에 매우 친화적이다. 금은 일반적인 산, 염기에는 녹지 않으나, 질산과 염산을 섞은 왕수(실험실에서 만드는 강력한 용매)에는 조금 녹는다. 금이 부식되어 이온화되면 맹독성으로 변하며 간과 신장을 심하게 망가뜨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가야 등에서 금관, 귀걸이, 허리띠 등 금으로 된 유물이 많이 출토되고 있다. 신라는 특이하게도 고구려, 백제, 신라 3 나라 가운데서 금을 가장 으뜸으로 삼았다고 한다. 동시대의 중국은 옥을 제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과거에 경주를 금성(金城)이라 부른 이유도 사금이 많이 나서였고, 천년을 이어온 신라가 멸망한 것도 그 일대의 금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현대 문명에서는 슬기말틀(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부품에 금이 많이 들어간다.
금이 귀하고 사람들이 애호하는 금속이기는 하나, 음식에 금가루를 올려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부자들의 새로운 취미인가 보다. 내 주변에는 금을 먹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금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가짜뉴스가 아니고 사실인 듯하다. 금가루를 술에 뿌려주는 식당은 곳곳에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금가루를 넣은 화장품, 금가루를 뿌린 생선회나 케이크도 있다고 전한다. 심지어는 식용금가루가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노화를 방지해 준다는 광고도 있다. 필자가 실제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몰 쿠팡에 들어가서 금가루 판매를 알아보니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뜬다.
▲ 쿠팡의 금가루 광고
순도 99.9%의 식용 순금가루를 병에 넣어 파는데, 200mg에 가격은 35,900원이다. 식당에서는 식용 금가루를 사다가 참치, 떡, 초코렛에 뿌려서 아마도 매우 비싸게 파는 모양이다. 네덜란드의 한 요리사가 한화로 250만 원 상당의 금가루 햄버거를 만들어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햄버거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는 기사도 있다.
▲ 금박 햄버거
음식에 뿌리거나 코팅하여 먹는 금을 식용금이라고 한다. 식용금은 골드바나 쥐똥금에서 얻어지는데, 1,200도 온도로 금을 가열한 뒤에 직사각형의 틀에 붓고, 압축하면 초박막의 식용금이 만들어진다. 주의할 점은 식용금에 사용되는 금은 24K 순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금은 물에 녹지 않으며, 위장에서 나오는 위산에도 녹지 않는다. 금은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위나 창자 같은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냥 통과한 뒤 배설된다. 24K보다 낮은 순도의 금은 다른 중금속, 예를 들면 크롬 카드뮴 니켈 등과 혼합되어 있어서 먹으면 독성이 있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미국의 FDA(식품의약청)는 식용금을 식품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2001년에 우리나라의 식약청에서는 “금가루는 음식의 외관이나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한 착색제일 뿐이다. 금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건강 측면에서 의학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영양 전문가인 데보라 올릭 레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을 먹는 것은 어리석게 들릴 수 있지만 안전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 사치스러운 음식을 탐닉해서 얻어지는 영양이나 건강상의 이점은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금을 먹는다는 것은 건강상에 결코 이로울 수 없는, 지극히 어리석은 행동이다.
어쩌다가 호기심으로 금가루를 소량 먹는 것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식용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중금속 오염 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중금속을 걸러내는 기관인 간과 콩팥이 손상될 수 있으며 적혈구를 만들어 내는 세포가 망가져서 재생불량성 빈혈이 생길 수도 있다.
금이 좋다고 해서 금가루를 먹는다는 것은 건강상 이로운 점은 하나도 없고 해로울 가능성만 있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지만, 현명한 동물은 아닌 것 같다.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줄 알지만, 담배 피우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이힐이 발가락에 나쁘다고 해도 하이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금을 먹는 사람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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