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 애호가 집단에서 통용하는 말 중에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용어들이 있다. 이번에 살펴볼 말 ‘뷰잉 파티(viewing party)’도 그런 표현에 속한다. ‘뷰잉 파티’의 뜻을 찾아보면 “한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경기 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응원하는 행사”라고 한다.
이런 의미라면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써온 말이 있지 않은가. 축구나 야구 한일전이 열릴 때 친구나 동료끼리 대형 화면이 있는 맥주집에 모여 술 한 잔 하면서 즐기는 ‘단체 응원’ 혹은 ‘단체 시청’ 말이다. 이렇게 널리, 많이 쓰이는 말이 있는데도 굳이 ‘뷰잉 파티’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어렵잖게 ‘뷰잉 파티’라는 말이 검색된다. 분야는 다소 좁게 한정되어 있다. 주로 이(e)스포츠에 많이 쓰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프리미어 리그, 테니스 경기 등 일부 운동 경기에도 더러 쓰인다. 도대체 언제, 왜 ‘뷰잉 파티’란 말이 익숙한 우리말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
영어권에서 ‘뷰잉 파티’(혹은 워치 파티(watch party))는 운동 경기뿐 아니라 텔레비전 쇼, 선거 개표방송 등을 함께 보는 활동도 두루 아우른다. 실제 2010년대 우리 언론에 처음 ‘뷰잉 파티’란 말이 등장한 것도 운동 경기가 아니라 패션쇼나 아카데미 시상식 등의 행사를 다룬 기사에서였다.
언론에서 지금과 같이 ‘운동 경기 단체 시청’을 일컫는 말로 모습을 비춘 것은 2016년 종합격투기 대회 관전 행사를 소개한 기사에서다. 그해 4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국내 팬들이 박지성과 함께 경기 중계를 시청하며 응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중략) 맨유 구단은 (이 행사를) ‘뷰잉 파티’라고 이름 붙였다”라는 기사(<서울신문>)를 시작으로 해외 축구 관전 행사에도 이 말이 쓰였다. 그러다 2017년 이(e)스포츠에서 본격적으로 이 말을 쓰기 시작해 현재는 이 분야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며, 우리가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볼 때 사용하는 ‘단체 응원’과 달리 경기를 주관하는 측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주로 쓰이는 듯하다.
특이한 점은 이 용어가 언론에 등장할 무렵 패션쇼건 운동 경기건 어느 분야 기사에도 우리말 설명이 별도로 붙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말을 수용하는 대상이 그 뜻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는 전제가 깔려 있듯이. 2016년 <스포티비뉴스> 기사에서 비로소 ‘단체 관람 파티(뷰잉 파티)’ 정도의 설명이 붙었고,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성소수자 참가자들을 위해 설치된 ‘프라이드 하우스’를 설명하는 기사에서 “커밍아웃한 선수들의 경기를 함께 관람하고 응원하는 뷰잉 파티(viewing party)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기사(<뉴스1>)가 나왔다.
이후 이 말은 해외 테니스 경기, 국내 프로 야구 경기 등 운동 경기에서도 쓰이며 사용 빈도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뷰잉 파티’에 우리말 설명이 붙은 언론 기사가 오히려 초기보다 늘었다. 언론에서 ‘뷰잉 파티’에 곁들인 우리말 표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포츠 중계 단체관람 행사’(2023년 <비즈니스포스트>), ‘단체 관람 파티’(2022년 <스포츠조선>), ‘경기 단체 관람’(2017년 <한국정경신문>), ‘단체 관전 행사’(2019년 <프레스맨>), ‘단체 시청’(2022년 <엑스포츠뉴스> 등이 있었다. 운동 경기는 아니지만, 2012년 <연합뉴스>에서 미국 대선 개표 결과를 함께 시청하는 행사를 ‘뷰잉 파티’라고 소개하면서 ‘단체 관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도 있다.
새말 모임의 우리말 다듬기 회의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뷰잉’ 대신 쓸 말로 ‘관전’과 ‘관람’이, ‘파티’를 대체할 말로 ‘행사’나 ‘모임’이 떠올랐다. 영어권에서처럼 텔레비전(TV)쇼나 패션쇼 등의 분야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면 ‘관람’이란 표현이 맞겠으나, 우리처럼 운동 경기에 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관전’이라 옮기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게 아니라 경기장 바깥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시합을 지켜보는 행사이기 때문에 ‘시청’이라는 표현을 넣자는 의견이 있었다. ‘파티’란 단어는 이미 우리 언어 사회에 깊이 뿌리를 박은 외래어이니 그대로 살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없지 않았다.
이런 논의를 거쳐 나온 우리말 후보가 ‘관전 모임’, ‘단체 시청 행사’였다. ‘시끌벅적’이라는 표현에서 ‘벅적’이라는 뒷말을 따다 붙인 ‘관전 벅적’이라는 표현도 후보 말로 함께 올려보았지만, 여론조사에서 언중이 고른 우리말은 역시 기존에 익숙하게 써온 표현인 ‘단체 시청 행사’였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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