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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동물 이야기

튼씩이 2024. 1. 6. 11:06

민화는 조선 후기 정식 회화 교육을 받지 못한 서민들이 자유롭게 그린 그림이다. 소재는 닭이나 잉어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생물부터 전설 속 동물인 용까지 다양한데, 모두 각각의 상징이 있다.

 

새는 민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다. 그중 원앙은 부부간 금슬을, 기러기는 한번 짝을 지으면 죽을 때까지 연분을 지킨다는 점에서 백년해로를 뜻한다.

 

높은 벼슬에 오르길 바라는 사람들은 벼슬이 달린 수탉을, 자손의 번창을 염원하는 이들은 알을 많이 낳는 암탉을 그렸다. 백로는 흰빛의 자태가 선비의 고결한 정신을 닮았다고 해서 과거 급제를 향한 소망을 상징한다.

 

호랑이가 질병이나 재해를 막아 준다고 믿은 선조들은 새해가 밝으면 호랑이 민화를 집 안 곳곳에 붙였다. 독특한 점은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것인데, 이는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들을 호랑이에 빗대 풍자하고자 한 선조들의 해학이다.

 

배부른 생선은 다산을 기원하는 상징이다. 물고기 민화는 주로 귀중품을 보관한 다락방 문 앞에 붙였다. 밤이건 낮이건 눈을 뜨는 물고기가 감시한다는 믿음에서였다.

 

특히 물 위로 힘차게 뛰어오른 잉어가 용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담은 민화 '어변성룡도'는 마침내 과거에 급제해 출세한 선비를 비유한 것이다. 주로 과거를 앞둔 벗에게 선물했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지인에게 어변성룡도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 용이 된 잉어처럼 출세하라니, 이만한 응원이 또 있으랴!

 

 

남도연 기자,  (참고: ≪알고 보면 반할 민화≫, 태학사) 

 

- 좋은 생각 2024년 1월호, 6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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