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감수성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인권 감수성은 '인권'과 '감수성'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인권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인권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하며 인권 침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무의식중에 인권 침해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장애인 비하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그러하다. 인권 감수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무심코 사용하는 혐오 표현을 스스로 자각할 것이다. 실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차별적 용어에 대해 살펴보자.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차별적 표현
'벙어리장갑'은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벙어리'는 '말을 하지 못하다'라는 뜻을 가진 '버우다'에 접미사 '-어리'가 결합되어서 만들어진 '버워리'가 어원이다. 언어 장애인은 혀와 성대가 붙어있다고 생각해서 네 손가락이 들어가는 장갑을 '벙어리장갑'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벙어리장갑은 표준어로서 사전에 올라와 있지만, 차별적 표현을 줄이기 위해 '손모아 장갑'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어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고민할 때, 우리는 '결정장애'라는 말을 농담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이 표현 역시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결정 장애라고 표현함으로써 장애를 부정적으로 비유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우유부단' 등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차별적 표현이 농담처럼 사용되는 현상은 더욱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뉴스보도에서 사용되는 차별적 표현
폭설 등으로 차가 막히는 교통상황을 흔히 '교통 마비'라고 한다. 뉴스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데, '마비'라는 표현은 신경이나 근육이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로서, 감각이 없어지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차가 막히는 부정적인 상황을 신체적 결함에 빗대어 사용하는 것은 차별적 표현이다.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교통 체증', '교통 정체', '교통 혼잡'과 같은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기형아' 역시 장애를 비하하는 차별적 용어이다. 임신 중 모체의 질병,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아이를 의미하는데, '기형'은 사물의 구조나 생김새가 정상과 다른 모양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은 정상,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장애 차별적 인식을 담고 있다. 올해 1월 여러 장애인 단체는 한국지체장애인 협회 회장의 '기형아 발언'이 특정 장애 유형을 비하하는 차별 발언이라며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용어가 장애인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언어는 의미 전달 뿐만 아니라 태도나 가치관을 담기도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다면, 일상 속 차별적 표현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에 대해 가끔씩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10기 김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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