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직원이 사투리를 안 고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작성자는 "아무래도 부산 사투리가 너무 억양 쎄고... 좀 그렇지 않냐. 다른 거래처랑 만날 때도 막 그 특유 억양이 나와서 거래처 사람들도 다들 웃는다"라며 "입사 초반에 '(사투리) 좀 고쳐주실 수 있나요?'라고 했는데 말로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데 참 안 고쳐지더라"라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올라온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댓글 600개 이상이 달리는 등 갑론을박 됐다.
방송직군이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군에서는 정확하고 빠른 소통을 위해 표준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반 영업직이나 서비스업 직군에서도 표준어 사용을 권유한다. 실제로 ㄱ씨는 “화장품 판매 아르바이트인데, 면접에서 사투리를 고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직원도 아닌 단기 아르바이트도 까다롭구나라고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투리를 쓰는 직원을 본 고객 ㄴ씨는 “사투리를 쓰시는 분을 보면 아직 교육을 많이 못 받은 신입사원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표준어 사용은 신뢰감, 전문성을 나타내는 반면, 사투리는 친숙함을 넘어 어리숙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투리를 교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지방에 10년 이상 거주했던 남녀 30명을 대상으로 사투리 교정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방 특유의 어휘 사용은 쉽게 고쳐지지만, 억양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억양을 교정하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어 순화를 위해 2004년까지는 방송통신위원회 (이하 방통위)에서 드라마의 사투리 대사를 제한했다. 사투리는 주인공을 제외한 조연, 단역 배우들에게만 허용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심의 규정이 개정되면서 사투리를 활용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방송의 ‘동백꽃 필 무렵’, 티브이엔의 ‘우리들의 블루스’, 쿠팡 플레이의 ‘소년시대’ 등이 있다. ‘소년시대’는 1989년도 충청도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아낸 작품이다. 등장인물 병태를 연기한 임시완은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표현하고, 코믹 연기까지 곁들였다. 이에 임시완은 "은퇴작 아니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시청자들도 "충청도식 유머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충청도 사투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사투리만의 정겹고 재밌는 매력이 있다며 대중들의 사투리 선호도가 올랐다.
하지만, 드라마가 사투리를 희화화한다는 평가도 있다. 사투리를 활용한 드라마는 개그적인 요소를 과하게 섞기도 한다. 인물 설정도 어른보다는 청소년, 전문직보다는 취업 준비생 등 성장 과정 속의 사람이다. 사투리를 ‘아직은 부족한 사람이 쓰는 말’로 생각하는 건 지방 거주인을 폄하하는 행위이다. 상경한 사회 초년생들이 사투리를 고치려 애쓰다 보니 언어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
평범함보다 특별함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개성을 가진 사투리가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박현아
'우리말을 배우자 > 한글문화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곳이 있었어? 알아 보자 한글 관광지! (0) | 2024.04.10 |
---|---|
‘코카콜라’, ‘다저스’도 냈다…한글로 된 상품 인기 (0) | 2024.04.09 |
인권 감수성과 차별적 언어사용 (0) | 2024.04.07 |
“이릏게 하면 기분이 좋그든요.” 서울사투리라고 들어봤니? (0) | 2024.04.05 |
계속 찾게 되는 ‘마약’음식 (3) | 2024.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