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듯이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한글날’, 어떻게 발음하는가? [한글랄]?, [한글날]? 정답은 [한글랄]이다. 20대의 대부분이 [한글날]이라고 발음한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표준어를 정확하지 않게 구사한다. 이렇게 표준어 사용에 있어 오류를 저지르는 행태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지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표준어지향성’이다.
‘표준어지향성’, 전문가가 아니라면 굉장히 낯선 단어일 것이다. 이 단어는 표준어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쓰는지 그 정도를 뜻한다. 표준어 지향성은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대표적 기준인 성별에 따라 그를 분류하고 표준 ‘발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사하는지에 따라 정도를 조사하였다. 지금 젊은 세대의 표준 발음 구사력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표준 발음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20대 남녀 120여 명을 대상으로 직접 제작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단어 ‘넓죽하다’, ‘꽂히다’, ‘빻다’, ‘결단력’, ‘숲속에서’ 등의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하는지 확인해보았다. 남성 32%와 여성 43%가 정확하게 발음하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처럼 보이나, 두 성별 모두 50%의 정답률을 넘지 못하였다. ‘넓죽하다’는 [널쭉하다], [넙쭉하다] 등 정확한 발음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발음하는 경우가 있었다. ‘빻다’는 [빴따], [빳타] 등 단어가 발음될 때 받침에 사용되는 모음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숲속에서’의 경우 [숲 소게서], [숩 속에서] 등 특히 남성이 띄어쓰기 상황에서의 정확한 발음을 짚어내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문조사 중 ‘숲속에서[숩쏘게서]’의 발음 조사 결과
넓죽하다, 숲속에서와 같이 음절의 끝소리 규칙(음절말 종성에서 자음이 ‘ㄱ, ㄴ, ㄷ, ㄹ, ㅁ, ㅂ, ㅇ’으로 발음되는 현상)이 적용되는 단어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정답률이 높은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20대 남녀의 음운 규칙에 대한 인지는 낮은 수준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의 정답률이 조금 높았을 뿐, 대부분의 항목에서 그 정답률이 50%를 넘지 못하였다. 이렇게 이번 조사는 우리 세대의 표준어 구사력이 유감스럽게도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 설문조사 중 ‘넓죽하다[넙쭈카다]’의 발음 조사 결과
왜 표준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해야 할까? 표준 발음은 우리나라의 표준어를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워 정립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표준 발음을 기준으로 배우게 된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먼저 표준어, 특히 표준 발음을 잘 구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또 잘못된 발음은 소통을 가로막기도 하고 계속해서 사용되면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굳어져 기존의 언어 체계를 깨뜨릴 수도 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음은 변화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무방비로 둘 수는 없다. 언어를 정비하고, 지키고 다듬는 것도 언어 공동체를 위한 길이 아닐까. 특히 언론인이나 매체에 노출되는 사람은 대중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표준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고, 방송 자막이나 광고 문구 등에서 표준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표준어의 존재 의미를 보존하게 하고, 나아가 우리의 한글과 한국어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1기 문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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