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굴레와 멍에

튼씩이 2017. 7. 27. 08:51

아름다운 우리말

2017. 7. 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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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일찍 서울에서 볼일이 있어
어제저녁에 서울에 왔습니다.
오랜만에 교보문고에서 좀 놀았습니다. ^^*

오늘은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로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1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굴레와 멍에]
오늘 오전에 잠시 외출을 달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아파서 간 게 아니라, 아내가 산부인과 정기 진찰을 받는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제가 7대 독자입니다. 제 아들은 불쌍하게도 8대독자입니다.
이번에 우연찮게(?) 셋째가 들어서서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하던 참에 오늘 병원에 간다고 해서 따라간 겁니다. 성별을 확인하고 싶어서요.
우리말에 멍에와 굴레가 있습니다.
두 낱말 모두 뭔가에 얽매여 자연스럽지 못한 것을 이르는 낱말입니다.
먼저 굴레는 말이나 소를 부릴 때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을 말합니다.
그 코뚜레로 힘센 소를 힘 약한 사람이 부릴 수 있는 거죠.
코뚜레는 소가 어느 정도 크면 채워서 소가 죽을 때까지 차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멍에는 다릅니다.
멍에는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마소의 목에 가로 얹는 구부정한 나무를 말합니다.
이 멍에는 소의 힘을 빌려 일을 할 때만 소의 목에 겁니다.
소가 태어나서부터 평생 쓰고 있는 것은 아니죠.

따라서,굴레와 멍에는 둘 다 소를 속박하는 것이긴 하지만, 굴레는 죽을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멍에는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노비의 자식, 살인법의 아들...처럼 내 의지가 어떻건 평생 벗을 수 없는 게 ‘굴레’고,
남편의 속박, 가난, 친구와 불화...처럼 내 노력에 따라 벗을 수 있는 게 ‘멍에’입니다.
“가난이라는 멍에는 노력하면 벗을 수 있다. 굴레처럼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처럼 쓸 수 있죠.
그렇게 보면, 제 아들이 듣는 독자라는 말은 멍에일까요, 굴레일까요?
오전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엄마 닮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셋째가 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넷째를 날 생각이 전혀 없으므로, ^^* 셋째가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딸로 태어나면 아들이 8대 독자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독자는 굴레가 되고,
의사의 진단이 틀려 아들로 태어나면, 원준이가 8대 독자에서 벗어나므로 이번참에 독자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는 것이고...
저도 궁금합니다.
이녀석이 쓴 게 멍에인지 굴레인지...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