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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넙치와 광어]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SBS 뉴스에서 '100여 만원'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100여만 원'이 맞습니다.
요즘은 버스 안에서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네요. 오늘 아침 7시 20분쯤 KBS2에서 '광어'이야기를 했습니다. 7:22에 '광어 못 잡으면 부인에게 쫓겨난다'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광어를 잡지 못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쫓겨난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인터뷰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도 자막에는 '아내'로 바꿔서 쓰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기서 더 짚고 싶은 게 바로 '광어'입니다. 횟집에서 회로 드시는 게 광어와 도다리입니다. 도다리는 순 우리말로 쓰면서 광어는 왜 넙치라고 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오늘 아침에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처럼 '광어 축제'도 많다고 합니다. 이 '광어 축제'를 '넙치 잔치'라고 하면 안 될까요? 사전에 보면 광어는 넙치라고 나와 있고, 축제는 잔치라고 나와 있는데, 왜 '넙치 잔치'는 없고 '광어 축제'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편지에서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를 갈음하여 신문 기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백배 천배 좋은 내용이라고 하면서... 거기서 단위 명사인 '배'를 앞말과 띄어 써 '백 배 천 배'라고 하지 않은 까닭은 '백배'와 '천배'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수량이나 정도를 이르는 합성어로 한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