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유형의 땅 - 조정래

튼씩이 2019. 2. 7. 17:28




시대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예리한 시선, 매섭고 준엄한 글맛으로 1천 3백만 이상의 독자들을 감동시킨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소설화한 작가의 청년시절 대표 소설을 모은 『유형의 땅』이 소설집『상실의 풍경』『어떤 솔거의 죽음』에 이어 출간된다.


새로이 출간되는『유형의 땅』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순차적으로 발표한 8개 작품을 수록한 것으로,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의 일곱 번째 책인 『유형의 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집의 개정판이다. 1970년에 등단해 올해로 집필 42년째를 맞은 작가가 청년시절의 문제의식과 고뇌를 보여주는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급속한 근대화가 빚어낸 각박한 사회상, 그 이면에 가려진 개인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파고 들어간다.


영문학 교수가 되려던 젊은 시절의 꿈과 어긋난 삶을 살아왔음에도 그 꿈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약」의 석호, 아파트 투기에 손을 댔다가 재산을 몽땅 날리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속죄하는「장님 외줄타기」의 엄마, 머슴이었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악착같은 노력 끝에 달성한 이후 고향에 내려가는 「자연 공부」의 박점돌,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을 성취한 이후 모진 기억이 남아 있는 고향 땅을 찾아가게 되는 「길이 다른 강」의 동일 등 궁핍과 굴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근대적 개인이 등장한다. 「껍질의 삶」의 현민이나 「모래탑」의 여성 화자처럼 도덕적 의식이 남다른 인물이 있긴 하지만 그의 소설에서 우세한 것은 역시 세속적 성공의 굴레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집념과 투쟁이다.


새로 집필한 「작가의 말」에서 작가 스스로 『태백산맥』집필의 동기가 된 작품으로 손꼽은「유형의 땅」은 “개인의

삶의 처절한 파괴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권영민)는 작품이자, “천민자본주의의 역사성을 천착하면서 근거 없는 졸부가 저지르는 폭력과 횡포를, 공적 영역이 결여된 산업화가 빚어내는 물신 숭배의 부박함을 비판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분단 현실’이라는 역사적 구체성까지 놓치지 않은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시대와 역사를 넘어 조정래 작가가 고심했던 가치가 지금도 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사회와 역사의 발전과 깊이 연관된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며, 그런 까닭에『유형의 땅』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  YES24, 출판사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