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사별일기

튼씩이 2019. 5. 28. 08:32


1


엄마가 떠나신 뒤

나의 치통도 더 심해졌다

무엇을 먹어도

맛을 모르겠고

아프기만 하다


엄마가 떠나신 뒤

골다공증도 더 심해졌다

구멍 난 뼈에 바람만 가득하고

조금 남은 기쁨의 양분도

다 빠져나갔다


그러나 더 두려운 아픔은

다른 사람들이 눈에 안 보이는 것

예쁘던 삶이 갑자기 시들해지는 것

하고 싶은 일이 아무것도 없고

하루하루가 서먹한 것


2


내가 이리 슬퍼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한 것이

마음에 안 든다


내가 이리 울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마음 놓고 웃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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