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이게 하는 것, 다른 동물들과 나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무늬를 만드는 마음, 즉 ‘꾸밈’이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에 가서 어슬렁거리다 보면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에 이르는 여러 시대에 만들어진 토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청동기시대의 민무늬 토기처럼 무늬가 없는 것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토기에는 무늬가 새겨져 있다. 빗살무늬, 번개무늬, 물고기무늬, 새발자국무늬, 연꽃무늬 같은 것들이다. 음식을 담거나 끓이는 토기의 원래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무늬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다. 그렇지만 사람은 무늬를 만든다. 필요한 것 말고 필요한 것 더하기 그 무엇을 만들 줄 안다는 그런 사실이 오늘날의 사람을 만든 것이다. ‘꾸미다’라는 말은 ‘꿈이다’라는 말과 쌍둥이다. ‘꾸밈’은 ‘꿈’이다. 꾸미는 것은 꿈꾸는 것이고, 꿈꾸는 것은 우리를 밀어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다다르게 한다.
여자의 머리를 꾸미는 장식품을 수식(首飾)이라고 한다. 남자의 머리를 꾸미는 장식품도 분명 있을 텐데, 그건 수식 축에 낄 수가 없는 모양이다. 대표적인 수식으로는 댕기와 비녀가 있는데, 댕기는 미혼을, 비녀는 기혼을 각각 상징한다. 남자가 관례를 치르듯이 옛날 열다섯 살이 되거나 약혼한 여자가 치르던 성인 의식으로 계례(笄禮)라는 것이 있었다. 댕기머리를 풀고 쪽을 쪄 비녀를 꽂는 것이 계례의 내용이었다. 즉 계례는 댕기의 시기에서 비녀의 시기로 넘어가는 통과의례였던 것이다. 계례의 계는 ‘비녀 계(笄)’ 자다. 관례가 갓을 쓰는 의식이었다면, 계례는 비녀를 꽂는 의식이었던 것이다. ‘쪽을 찐다’고 할 때의 쪽을 다른 말로는 낭자라고 한다. “여보시오, 낭자” 할 때의 ‘낭자(娘子)’와는 관계가 없다. 쪽을 찐 머리를 쪽머리나 낭자머리라고 하는데, 낭자는 낭자머리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낭자 (명) ① 여자의 예장(禮裝)에 쓰는 딴머리의 하나. 쪽 찐 머리 위에 덧대어 얹고 긴 비녀를 꽂는다.
② 시집간 여자가 뒤통수에 땋아서 틀어 올려 비녀를 꽂은 머리털.
쓰임의 예 – 왕은 천천히 족두리를 벗기고 낭자를 끌러 봉비녀를 뽑아냈다. (박종화의 소설 『다정불심』에서)
- 댕기머리를 땋다가 처음으로 낭자를 해 본 모양새였다. (유현종의 소설 『들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쪽머리 – 쪽을 찐 머리. =낭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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