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머리에 대해서는 많은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큰머리는 다리로 땋아 크게 틀어 올려 어여머리를 만들 때 맨 위에 얹던 가발을 가리킨다. 떠구지는 나무로 만든 머리틀로 활머리로도 불린다. 머리를 땋은 것처럼 보이도록 음각(陰刻)을 하고 전체에 옻칠을 해 만들었다고 한다. 봉잠은 봉황의 모양을 대가리에 새긴 큼직한 비녀, 밀화잠은 밀화 조각에 꽃을 새기고 은으로 고달을 단 비녀, 새색시가 쓰는 화잠은 잔새김을 한 옥판 위에 금, 은, 주옥 따위를 박아 꾸미고 떨새를 앉힌 비녀다. 끝없는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이지만 갈 데까지 한 번 가보기로 하자. 밀화(蜜花)는 또 무엇인가. 밀화는 밀랍 같은 누런빛이 나고 젖송이 같은 무늬가 있는 호박이다. 밀랍은 꿀벌이 집을 만들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인데, 벌똥이라고도 하고, 그냥 밀이라고도 한다. 젖송이는 젖 속에 멍울멍울하게 엉긴 부분을 뜻하는데, 우유나 풀 같은 것의 속에 멍울이 여기저기 잘고 둥글게 엉겨 있는 모양을 가리켜 “멍울멍울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파고드는 김에 삽질을 한 번 더 하자면, 멍울은 무엇이 잘고 둥글게 엉겨 굳은 덩이, 비유적으로는 어떤 충격으로 말미암아 생긴 마음의 상처나 고충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달은 칼이나 송곳 따위의 몸뚱이가 자루에 박힌 부분, 또는 대롱으로 된 물건의 부리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쪽에 들어가 꽂히는 부분을 가리키는 듯하다. 옥판(玉板)은 잔새김을 한 얇은 옥 조각이고, 떨새는 매우 가는 은실로 용수철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나는 새 모양을 만들어 붙여 흔들리면 발발 떨게 되어 있는 장식품이다.
또야머리와 어여머리에 대해 쓰다 보니 아무래도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들춰보았더니 ‘어여머리: 또야머리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어유미(於由美)라 썼다’는 설명이 눈을 찌른다. 어유, 미치겠네. 어여머리나 또야머리나 그놈이 그놈인 걸 가지고 한바탕 헛심만 쓰고 만 것이다.
어여머리 (명) 조선시대에, 부인이 예장할 때에 머리에 얹던 큰머리. 머리에 족두리를 쓰고 그 위에 다리로 된 큰 머리를 얹은 다음, 봉잠과 밀화잠을 양편으로 찔러 화잠으로 쪽을 만든 뒤 옥판을 앞에, 화잠을 좌우에 1개씩 꽂고 위에 활머리를 얹는다.
쓰임의 예 – 머리 어멈이 꾸며 놓은 화려한 어여머리는 멀리서 보면 사각형의 큰 화관 같았다. (박완서의 소설 『미망』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고달 – 칼이나 송곳 따위의 몸뚱이가 자루에 박힌 부분. 또는 대롱으로 된 물건의 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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