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88 – 뒷바라지

튼씩이 2019. 7. 7. 09:48

바라지는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바람벽의 위쪽에 낸 작은 창을 뜻하는 말인데, 옥바라지나 해산바라지와 같이 음식이나 옷을 대어 주거나 일을 돌봐 주는 일도 바라지라고 한다. 바라지를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햇빛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따뜻함과 위안을 주는 것이 바라지인 것이다. 뒤에서 하는 바라지가 뒷바라지다.

 

바라지와 비슷한 말로는 치다꺼리가 있는데, 입치다꺼리는 먹는 일을 뒷바라지하는 일을 가리킨다. 이바지는 공헌(貢獻)과 같은 뜻으로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물건을 갖춰 바라지하거나 음식 같은 것을 정성 들여 보내 주는 일, 또 그렇게 보내는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이바지는 이받다에서 비롯된 말인데, ‘이받다는 이바지하다, 바라지하다, 잔치하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이다. 그래서 전에는 잔치를 이바디, 대접할 음식을 이바돔이라고 했던 것이다.

 

옷을 짓거나 빨아서 입히고 옷매무새를 보아 주는 뒷바라지는 옷뒤라고 하는데 옷뒤를 거둔다처럼 쓰인다. 뒤에서 받쳐 도와주는 일은 뒷받침,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은 뒷배, 남 몰래 뒤로 손을 쓰는 일은 뒷손질이라고 한다.

 

뒷바라지가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병자들일 것이다. 옆에서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해주는 일을 수발이나 시중이라고 하는데, 병자에게 시중이나 수발을 드는 일을 병시중, 병수발 또는 병구완이라고 한다. 구완은 구원(救援)에서 나온 말이다. 병구완을 뜻하는 말에는 고수련이라는 예쁜 말도 있다. 겨드랑이를 붙들어 걸음을 돕는 일은 곁부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는 일이 어떻게 늘 즐겁기만 한 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한 뒷바라지 일을 뜻하는 진구덥, 귀찮고 괴로운 남의 뒤치다꺼리를 가리키는 구듭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다.

 

 

뒷바라지 () 뒤에서 보살피며 도와주는 일.

 

쓰임의 예 수빈이 걘 엄마 뒷바라지 없인 혼자서 아무 일도 못할 예라니까. (박완서의 소설 도시의 흉년에서)

 

              - 각 학교에서 선생님도 여러 분이 나오셔서 아저씨, 언니같이 뒷바라지하는 심정으로 열심이었다. (박경리의 산문집 원주통신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고수련 병자에게 시중이나 수발을 드는 일. =병시중, 병수발, 병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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