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의 뜻풀이를 보면 ‘잔뜩’이 강조되어 있다. 그렇다면 바리의 말밑을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이의 단위로 길과 발이 있다. 한 길은 사람 키 정도의 길이, 한 발은 두 팔을 양옆으로 펴서 벌렸을 때 한쪽 손끝에서 다른 쪽 손끝까지의 길이다. 바리는 소나 말에 한 발쯤 되는 높이나 폭으로 짐을 실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그 이상 싣는다면 끌고 가기도 어렵거니와 무엇보다 소나 말에게 많이 미안할 것이다.
바리는 말에 실으면 마바리, 소에 실으면 소바리가 되고, 장작을 실으면 장작바리, 짚을 실으면 짚바리, 곡식을 실으면 시겟바리가 된다. 옛날 시장에서 팔고 사는 곡식을 시게라고 했는데, 그래서 곡식을 파는 가게는 시게전, 곡식의 시세는 시겟금, 곡식이나 식기를 담아 두는 함지박은 시겟박이라고 한다.
무게는 별로 안 나가지만 부피가 클 때 ‘부프다’고 하고, 반대로 부피는 작지만 무게가 많이 나갈 때 ‘몽글다’고 한다. 부피는 ‘부프다’의 어간 ‘부프’에 명사화 어미 ‘-이’가 붙어 부픠→부피로 변화한 말이다. 그래서 가벼우면서도 부피가 큰 짐은 부픈짐이라고 하고, 부피에 비해 무거운 짐은 몽근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부프다’도 ‘몽글다’도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부프다’에는 ‘성질이나 말씨가 매우 급하고 거칠다’ 또는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꽉 들어차서 움직이기가 거북하다’는 뜻이 있고, ‘몽글다’에는 ‘낟알이 까끄라기나 허섭스레기가 붙지 않아 깨끗하다’ 또는 ‘가루 같은 것이 미세하고 곱다’는 뜻이 있다.
마방집은 말로 짐을 실어 나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집이고, 거기에 소속된 일꾼들은 마바리꾼이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용달회사(아니면 화물차 터미널)와 운전기사라고 할 수 있겠다. 경기도 하남에 가면 <마방집>이라는 옥호의 고풍스러운 한정식집이 있는데, 1918년에 개업을 한, 원래부터 마방집이었다고 한다.
바리 (명) ①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
② (수량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쓰여)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을 세는 단위.
③ 윷놀이에서, 말 한 개를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해마다 몇씩은 잡아다가 주리를 틀었고 그럴 때마다 돈 바리와 쌀 짐이 들어왔었다. (이무영의 소설 『농민』에서)
- 나무장수 한 사람은 장작 수십 바리를 보내어 밤을 새울 때 불을 피우라고 하였고….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시겟금 – 곡식의 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