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벗바리

튼씩이 2015. 11. 6. 14:12

안녕하세요.

애들이 좀 나아지니 이제는 제가 아플 것 같네요.
아침부터 목이 칼칼한 게 영 찜찜합니다.

폐렴에 걸렸던 셋째는 이제 거의 나은 것 같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언니 허리를 쿡 찌르고 뒤돌아서서 모른 척 서있거나,
일부러 오빠에게 '야', '너'등 반말로 건들고 나서 얼른 제 뒤로 숨습니다.
셋째와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동생이 장난을 거는 줄 알면서도, "너 아빠 믿고 그러는데, 아빠가 안 계실 때 보자."라고 으릅니다.
그 소리를 들은 동생은 금세 겁먹고 샐쭉해지고……. ^^*

우리말에 '벗바리'라는 멋진 낱말이 있습니다.
"뒷배를 보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는 어찌나 벗바리가 좋은지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데도 아무도 내칠 수가 없었다.’처럼 씁니다.

'그 친구 빽이 참 좋다.'나 '너는 좋은 배경을 가졌다.'고 할 때,
'빽'이나 '배경'을 가름할 수 있는 좋은 낱말이 '벗바리'입니다.

우리 집에서도 셋째 뒤에는 제가 있어서 막내는 벗바리가 좋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와이셔츠]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같이 본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말에도 꼭 일터에 나옵니다.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옷도 양복이 아닌 편한 옷을 입고 나오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꼭 나옵니다.

오늘은 옷 이야기를 해 볼게요.
먼저,
양복저고리 안에 받쳐 입는 옷을 셔츠라고 합니다.
영어 shirt에서 온 말입니다.

양복을 입을 때 셔츠 깃 밑으로 둘러 매듭을 지어 앞으로 늘어뜨리거나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만드는 천을 넥타이라고 합니다.
목에 거는 끈이라는 뜻의 necktie에서 왔습니다.
'타이'라고만 해도 '넥타이'라고 알아먹습니다.
'넥타이'의 준말로 '타이'가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셔츠에 넥타이를 매면 Y자 모양이 나옵니다. 그리고 셔츠의 옷깃도 Y자 모양입니다.
여기에서 온 말이 Y셔츠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와이셔츠는 로마자 Y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와이셔츠는 영어 white shirts에서 온 말로 화이트의 '트'가 줄어서 된 말입니다.
'화이트 셔츠'가 '화이셔츠'로, 이게 다시 '와이셔츠'로 된 거죠.

와이셔츠를 이야기하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와이담'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Y담'이라 쓰기도 합니다.
Y가 사타구니를 닮아 그쪽 이야기, 곧 야한 이야기를 '와이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겁니다.
Y가 사타구니를 닮아 Y담이 야한 이야기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일본말에
猥談(외담)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외설을 다룬 이야기를 뜻합니다.
바로 이 낱말을 일본어로 わいだん이라 쓰고 소리를 [와이당]이라 냅니다.
와이담은 여기서 온 말입니다.
일본말로 음담, 음란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좋은 우리말을 이렇게 이상하게 쓰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뒷담화도 비슷한 겁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말을 우리가 아끼지 않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