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고 자기 생각도 못 밝힙니까.”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체면과 위신, 품위를 유지하는 게 맞는데 게다가 이 시국에 친일 주창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 아닌가요.”
광복절 전날인 지난 14일 “지금은 친일을 하는 것이 애국심이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사자인 문체부 한모 국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그 사람 정신 나간 것 아니냐.” “그럴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이 주류다. “공무원이라도 자기 생각을 얘기 못할 이유가 있냐”는 입장을 보였던 공무원도 막상 그의 페북 내용을 상세히 전해들은 뒤에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으로 바뀐다.
그는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가 즐겨한다는 페이스북을 찾아 들어가 봤다.
국내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까지도 포스팅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기도 하는 등 ‘페북 활동’이 맹렬하다. 웬만한 사람은 페이스북을 매일 방문하더라도 글을 매일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는 하루에 적게는 수 건, 많게는 수십 건을 올린다.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왕성하게 ‘페북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친일이 애국이라는 얘기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설마했는데 내용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단순히 뉴스를 전하기도 하지만, 그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친미·반공, 대일관계 등이 중심이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교수의 기사는 단골로 등장한다. 요즘은 인사청문회로 무게 중심이 옮겨왔다.
그러다가 20일 저녁 모 방송에서 “친일이 애국”이라는 글로 징계 요청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은 뒤 21일 새벽에는 해명성 글도 올려놓았다.
그 글에 지난달 24일 한일 관계에 대한 그의 포스팅 기사와 글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감찰반에 소환돼 4시간 1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이런 미개한 나라 구더기들과 뒤섞여 살아야 한다니…” 등의 글에 대한 변명도 했다. “우리말 단어의 4분의 1, 특히 근대문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단어가 일본에서 조어되었음에도 그 단어들을 폐기하자는 어리석은 일부 인사들에 대한 말”이라고 해명한다.
공직감찰반의 조사 이후에도 자신의 글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8월 14일 발언으로 징계 절차에 돌입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욱일기는 2차대전 훨씬 전인 19세기 후반에도 사용된 깃발로서(중략) 중공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가 욱일기의 사용을 전혀 문제시하지 않는다. 우리만 그걸 전범기라고 모욕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7월 11일 글도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한 대법관들에게 “애국애족했다는 생각에 잠은 잘 주무시는가”하고 조롱하는 글도 직접 썼다.
지난 7월 23일에는 “국내로 휴가 가서 죽창이라도 만지작거리다 오자”라는 글과 함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내에서 휴가 보내면 경제에 큰 힘”이라는 기사를 첨부하기도 했다.
그는 행시 출신에다가 고위공무원(2급)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에 파견돼 있는 현직 공무원이다.
문체부 동료들도 그를 평하기를 주저한다. “성격이 강한 사람이다” “블랙리스트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했던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그를 아는 관련 기관의 한 담당자는 그를 ‘관심종자’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취재를 하자 어느 공무원은 “아마 그는 징계와 관계없이 자기의 주장이 알려지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한씨가 청와대 공직감찰반의 조사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은 뒤 사실 확인 과정 중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그에 대한 징계가 추진되고, 이게 뉴스를 탔다.
한 고위 공무원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이를 표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SNS를 통해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유포하려면 공무원 욕 먹이지 말고 (공직을 그만두고) 밖에 나가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그래도 한 국장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21일 저녁 통화를 했다. 그는 “친일이 애국이라는 발언은 ‘한일 양국이 관계가 나쁘면 한국경제 특히 국민, 나아가 서민의 삶이 절대적으로 어려워지고,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차원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면서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피해보는 것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SNS에서 그런 주의주장을 하려면 공직에서 나가서 하라”는 주장도 있다고 하자 “나는 지금 나가면 할 일이 없다. 그리고 지금 할 일이 있다. 사행산업과 관련, 맡은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페북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문체부가 중징계를 요청했기 때문에 오는 10월 인사위원회에서 파면이나 해임이 나올 수도 있다. 그는 “결과가 나오면 소송을 해야할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두려운 마음조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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