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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성공한 적 있나" 경기방송 간부 친일막말 논란

튼씩이 2019. 8. 15. 20:27

(사진=경기방송 홈페이지 캡처)


경기지역 민영 라디오방송사인 경기방송의 한 고위 간부가 친일 막말을 넘어 국민을 '우매하다'고 비하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경기방송에 따르면 경기방송 현준호 총괄본부장은 지난 5일 오후 12시쯤 방송사 신관에 위치한 한 일식당에서 간부급 직원 8명에게 "불매운동 100년간 성공한 적 없다. 물산장려니 국채보상이니 성공한 게 뭐 있나"라며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총괄본부장은 보도책임자 겸 3대주주로 방송국내 '실세'로 알려져 있다.


현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기 위해 국민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비하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식사자리에 동석했던 노광준 제작팀장은 "(현 본부장이)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다가 갑자기 '문재인이 때려 죽이고 싶다. 우매한 국민들 속이고 반일로 몰아간다. 지네 총선 이기려고'라는 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은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뒤 주말을 보내고 처음 증시가 열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 주가가 폭락해 '블랙먼데이'로 불린 날이다.


노 팀장에 따르면 현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이외에도 "아사히 맥주 사장이 무슨 죄가 있나? 유니클로 사장이 무슨 죄가 있느냐", "유니클로에 사람이 없어 보이도록 방송들이 일부러 아침에 문 열자마자 준비하는 사이 카메라 들고 가서 찍는다. 그 카메라도 모두 일제 소니 건데 이율배반 아니냐", "트럼프는 아베 편이다. 우리 국민만 모른다" 등의 불매운동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현 본부장이 식당 직원을 불러 "아사히 맥주 숨겨놓고 팔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내놓고 파세요"라는 말했다고 노 팀장은 전했다. 해당 일식당은 경기방송의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현 본부장의 현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친일 막말은 이날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4일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될 즈음 현 본부장은 직원 회식 자리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노 팀장은 "(현 본부장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끝난 것이다', '일본 논리가 맞다. 한국이 어거지로 돈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며 "일본의 논리가 맞다고 해 나중에 자세히 알아봤던 일이라 확실히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윤종화 보도2팀장의 메모를 보면 현 본부장이 "문재인 하는 거 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일본에 맞서다 반도체 괴멸될 듯하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적혀있다.


현 본부장은 지난 4일 오전 1시쯤에는 경기방송 전직원이 가입(61명)한 밴드에 '불매운동은 특정정치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고, 시장경제를 혼탁시켜 소비자에 피해를 준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물을 올리기도 했다.


현 본부장은 지난 6일에도 보도국 본사 회의에서 일본 불매운동에 비판적인 유튜브 영상을 모두 보고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 본부장은 지난 8일 식사 자리에서 보도1팀장과 보도2팀장에게 '정치적 불매운동으로 인한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보는 기사'를 쓰라는 지시도 내렸다.


현 본부장의 지시가 있은 다음날인 9일 경기방송은 일본식 선술집을 찾아 "이 선술집은 일본식으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일본 자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순수 한국 음식점이다"며 "하지만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 음식점 앞 안내문에 대해 '일본어 간판 자체가 비호감이다', '다 망해라' 등 누리꾼들의 조롱이 이어졌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CBS노컷뉴스는 현 본부장에게 친일과 국민 비하 발언 등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