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일상어가 쉽고 전문어가 어렵다. 일상생활에서는 전문 분야의 엄밀한 용어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전문어의 뜻이 머릿속에서 바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단어, 문장, 주어’ 등 일상적으로도 자주 쓰는 문법 용어는 쉽다고 생각하고, 이 글에서 설명할 ‘형태소(形態素), 이형태(異形態)’와 같은 말은 어려워한다.
그러나 어떤 전문 분야에서든 넓고 모호한 일상어보다는 좀 더 명확하게 정의된 전문어가 어떤 대상을 잘 설명하는 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전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쉬운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단어, 문장, 주어’ 등은 문법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이견 없이 통일된 개념 정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모호한 말들이다. 그러면 어려운 말이라고 지레 겁을 내지 말고 ‘형태소’와 ‘이형태’에 대해 알아보자.
형태소란 일반적으로 ‘뜻(의미)을 지닌 가장 작은 언어 단위’로 정의된다. ‘형태’란 의미를 담는 그릇이라고 보면 되고, ‘소’는 가장 작은 단위를 가리킨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말을 할 때에는 소리 단위인 자음과 모음이 연속되어 나오는데, 가령 각각의 소리인 ‘ㄷ’, ‘ㅗ’, ‘ㄹ’일 때는 아무 의미가 없다가 그것이 연속되면서 비로소 ‘돌’이라는 의미 있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음과 모음이 연속되기만 하면 의미 있는 말이 될까?
(1)에서 ‘ㄲ―ㅗ―ㅊ’의 연속은 어떤 뜻을 이룬 말이 된 반면, (2)에서 ‘ㅁ―ㅗ―ㅊ’의 연속은 우리말에서 아무 뜻을 이루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곧 ‘꽃’은 형태소이고 ‘몿’은 형태소가 아니다. 자, 그럼 아래 말들에서 형태소의 예를 좀 더 풍부히 보기로 한다.
(3)만 보면 형태소는 그냥 ‘단어’ 개념과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3)은 형태소가 바로 단어가 된 예이다. 그러나 (4)는 그렇지 않다. 가령 ‘김밥’은 뜻을 지닌 ‘김’이라는 형태소와 역시 뜻을 지닌 ‘밥’이라는 형태소가 합쳐져서 ‘김밥’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이루고 있다. ‘김’과 ‘밥’이 따로 떨어져 쓰일 때에는 각각이 단어이지만, 합쳐졌을 때에는 ‘김밥’ 전체가 단어이고 그 속에 있는 ‘김’과 ‘밥’은 형태소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형태소는 단어와 크기가 같거나 작은 단위라고 이해하면 된다.
하나의 형태소가 구체적으로 발음되어 나온 것을 ‘형태(形態)’라고 한다. (5)~(7)을 통해 ‘흙’이라는 형태소가 주위의 발음 조건에 따라 [흑], [흘ㄱ], [흥]의 세 가지 형태로 발음되어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 형태소가 둘 이상의 형태로 나타날 때, 그 각각의 형태를 ‘이형태’라고 한다. 서로 다른 형태들이라는 뜻이다. 이형태는 한글 맞춤법에 의한 표기로 확인되는 경우는 적으므로 소리로 확인해야 한다. (5)~(7)에서도 이형태들이 똑같은 표기인 ‘흙’으로 적혀 있다. 그러면 형태소는 언제나 여러 이형태로 나타나는 것일까?
(8)의 ‘머리, 콩’은 앞뒤 발음 조건과 무관하게 언제나 [머리], [콩]으로 발음된다. 그러므로 ‘머리, 콩’과 같은 말은 언제나 하나의 형태로만 나타나고 이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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