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얼레빗) 3320. 무더위를 식혀줄 부채를 만드는 선자장

튼씩이 2016. 6. 30. 12:59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9(2016). 6. 29.



날로 더워지는 날씨에 부채만 한 벗도 없을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철 요긴하게 쓸 부채를 만들어 주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선자장(扇子匠) 이라고 합니다. 부채에 관한 우리나라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견훤조에 견훤이 고려 태조(재위 918∼943)에게 공작 깃으로 만든 둥근 부채인 공작선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전주에 선자청을 두어 부채를 생산, 관리하도록 하기도 했지요.

선자장에는 합죽선과 태극선 두 종류의 부채가 있는데 합죽선 곧 쥘부채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도록 만든 부채로, 철저히 수공예품으로 전수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40개의 부채살을 만든 뒤 합죽(合竹)한 부채에 인두로 무늬를 새겨 넣는데 대나무의 때를 빼내 빛이 나게 하고, 부채 종이에 산수화나 꽃, 새 따위를 그려 넣는 작업입니다. 부채에 종이를 바르고, 부채의 목을 묶으면 완성되지요. 합죽선은 예전에 양반들의 꾸미개(장신구)로 썼으며 합죽선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양반축에 들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단오 때 진상되었던 전주 태극선은 대나무와 태극무늬의 비단헝겊, 손잡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사북장식 따위를 재료로 쓰며 만드는 과정은 일곱 가지로 나뉘는데, 대나무를 일정한 굵기로 쪼개어 납작하게 만들고 종이 위에 풀을 칠한 뒤 살을 알맞게 배열하고, 살과 종이를 밀착시켜 부채의 형태대로 오리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되지요. 선자장은 전통적인 공예기술로 이기동, 엄주원 선생이 합죽선 기능보유자이고 조충익, 방화선 선생이 태극선 기능보유자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 일본이야기 355 >

고구려승 “도현”이 《일본세기》를 썼다



일본의 역사서 가운데 720년에 완성된 《일본서기(니혼쇼키, 日本書紀)》가 있는데 662년 4월 기록에 고구려승 도현(道顯)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 있다. 기사 내용인즉 쥐 한마리가 말꼬리에 새끼를 낳는 사건이 발생하여 조정이 발칵 뒤집혔고 이 해괴한 일을 풀어낼 사람으로 고구려승 도현이 발탁 된 것이었다.

도현의 점괘는 “북국의 사람들이 장차 남국에 의지할 것이다. 아마 고구려가 망하고 일본에 속할 것인지 모른다.”는 것으로 나왔는데 도현의 점괘대로 고구려는 668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승려이면서 용한 점쟁이였던 도현은 고구려 보장왕(660) 때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당대 권력의 실권자인 후지와라카마타리(614~669)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나라조(奈良朝)의 정치무대에서 활약하게 된다.

한편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던 도현은 《일본서기》의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 《일본세기》를 펴낸 인물이다. 도현은 7세기 백제의 멸망을 시작으로 조국인 고구려의 멸망을 포함한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를 온몸으로 느낀 지식인이요, 승려 출신 사가(史家)이기도 하다.

《일본서기》에서 고구려승 도현의 책 《일본세기》를 인용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원문 통째로 인용한 경우와 두 번째는 도현의 말이나 문장을 인용하는 경우이다. 도현이 쓴 《일본세기》는 일본의 정사(正史)인 《일본서기》를 쓴 사람들이 중요한 사건마다 인용하여 남김으로써 고대사 자료가 열악한 우리가 7세기 역사를 재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본국에선 잊혔지만 도현은 승려임에도 당당한 역사학자로 일본의 사서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소장 김영조 ☎ (02) 733-5027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외피스텔 306호
koya.egreennews.com,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