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우리말의 품사가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의 아홉 가지로 분류됨을 설명하였다. 품사들이 이렇게 나뉘는 것은 물론 각각의 품사가 지니고 있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품사들끼리는 특정한 성질을 공유하고 있기도 한데, 그에 따라서 몇몇의 품사를 상위 범주로 묶곤 한다. 그러한 상위 범주로서 ‘체언(體言), 용언(用言), 수식언(修飾言)’이 있다. 품사의 상위 범주 이름은 ‘-언(言)’으로 끝난다.
체언은 명사, 대명사, 수사를 아우르는 말이다. 명사, 대명사, 수사는 의미적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고, 대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대신 나타내며, 수사는 사물의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 세 품사는 공통의 성질을 지니기도 하는데, (1)과 (2)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체언은 위의 두 가지 특성을 공유한다. (1)에서 명사 ‘책’, 대명사 ‘너’, 수사 ‘셋’에 격 조사가 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에서는 ‘책, 너, 셋’을 꾸며 주는 관형어가 앞에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용언은 동사와 형용사를 아우르는 용어이다. 동사와 형용사는 의미적으로나 형태적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의미적 차이만 간단히 말하자면,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고 형용사는 사물의 상태나 성질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두 품사는 공통의 성질을 지니기도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성질은 어간에 어미가 붙는 어미 활용을 한다는 것이다.
(3)에서는 동사 ‘읽다’의 ‘읽-’에 다양한 말이 붙고, (4)에서는 형용사 ‘좋다’의 ‘좋-’에 다양한 말이 붙어 단어의 형태가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이때 고정적인 앞부분을 말의 줄기, 즉 ‘어간(語幹)’이라 하고 그 뒤에 붙는 말을 말의 꼬리, 즉 ‘어미(語尾)’라 한다. 동사와 형용사는 어간에 어미가 붙어야만 말을 쓸 수 있으므로 어간에 어미가 붙는 현상을 ‘어미 활용(活用)’, 줄여서 ‘활용’이라 한다. ‘어간, 어미, 활용’ 등의 개념은 다른 호에서 상세하게 다룰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용언이 어미 활용을 하는 품사라는 사실만을 기억해 두자.
수식언은 관형사와 부사를 아우르는 말이다. 관형사가 꾸며 줄 수 있는 대상은 체언, 즉 명사, 대명사, 수사로 한정되어 있는 데 반해 부사가 꾸며 줄 수 있는 대상은 다양하다는 점에서 관형사와 부사는 구별된다. 그러나 기능적으로 볼 때, 관형사와 부사는 둘 다 다른 말을 꾸며 주는 역할을 하는 품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5)에서 관형사 ‘새’는 ‘학기’를 꾸며 주고, 부사 ‘빨리’는 ‘달린다’를 꾸며 주고 있다. 이처럼 관형사와 부사는 둘 다 뒤에 오는 말을 꾸며 주는 품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관형사가 대명사와 수사를 꾸며 주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제약이 있는데, 그러한 제약과는 상관없이 여기에서는 관형사가 어떤 말을 꾸며 주는 성질을 지녔다는 사실 자체에만 주목하면 된다. 또 부사는 주로 용언, 즉 동사, 형용사를 꾸며 주기는 하지만 다양한 대상을 꾸며 줄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부사가 어떤 말을 꾸며 주는 성질을 지녔다는 사실 자체에만 주목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조사는 주로 말들 사이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낸다고 하여 관계언(關係言)이라고 하고, 감탄사는 문장의 나머지 부분과 문법적 관계를 맺지 않고 독립되어 있다고 하여 독립언(獨立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언(言)’으로 끝나기는 했어도 그에 해당하는 품사가 둘 이상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만 있음이 특징적이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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