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助詞)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조사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는 이번 호에서는 흔히 오해하고 있는 사실 하나를 확인하면서 시작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흔히 (1)에서 ‘말은, 소는’이 주어이므로 조사 ‘은/는’을 주격 조사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제 조사의 종류를 살피면서 그것이 왜 잘못인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조사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격 조사이다. 격(格)의 개념을 정의하는 데에는 많은 학문적 문제가 있으나, 국어의 학교 문법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문장 성분의 종류를 표시하는 체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가령 문장 성분 중 하나인 주어를 표시하기 위해 조사 ‘이/가’를 사용하는데, 그렇게 각 문장 성분들을 표시하는 체계를 가리켜 격이라고 하는 것이다.
주어에 ‘이’를 붙이고 부사어에 ‘에서’를 붙이고 목적어에 ‘을’을 붙인 (2)는 문법적인 문장이지만, (3)과 같은 문장은 비문법적인 문장이다. 이는 ‘이, 을, 에서’가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다른 문장 성분의 자리에 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문장 성분의 종류를 드러내기 위해 쓰이는 조사가 격 조사이다. 그래서 격 조사의 이름은 대개 문장 성분의 이름에 맞추어 ‘주격 조사, 목적격 조사, 부사격 조사’ 등으로 불리게 된다.
‘은’과 ‘는’은 같은 형태소의 이형태들이다. 그런데 (4)의 ‘언니는’을 보면 ‘는’이 주어에 붙었으므로 주격 조사인 듯하지만 (5)의 ‘냉면은’을 보면 목적어에 붙었으므로 목적격 조사인 듯하다. 이것은 ‘은/는’이 격 조사가 아님을 보여 준다. 어떤 문장 성분의 종류를 표시하기 위해 쓰이는 조사가 격 조사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은/는’은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기 위해 쓰인 것이다. (4)에서는 이 문장이 ‘언니’에 대한 문장임을 보여 주기 위해 사용되었고, (5)에서는 ‘냉면’과 대조되는 다른 것이 있음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조사를 보조사라고 한다. 보조사는 간혹 특수 조사라고도 불리나 요즘에는 거의 보조사로 불린다.
격 조사가 주로 체언 뒤에 쓰이는 반면, 보조사는 앞에 오는 말이 매우 다양하다.
국어에는 수많은 보조사가 있다. 이 글은 보조사 하나하나를 예시하며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므로, 독자는 보조사 앞에 올 수 있는 말을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4)와 (5)에서는 보조사 ‘은/는’이 체언에 붙었는데, (6)에서는 보조사 ‘도’가 ‘빨리’라는 부사에 붙었고 (7)에서는 보조사 ‘나’가 ‘떠나지’라는 용언의 활용형에 붙었다. (6), (7)은 예시일 뿐인데 보조사는 이 밖에도 다양한 대상들에 붙을 수 있다.
(8)과 (9)에는 둘 이상의 체언을 이어 준다는 뜻에서 접속 조사라고 불리는 ‘과’(이형태는 ‘와’)와 ‘하고’가 쓰였다. (8)에서는 ‘책’과 ‘음악’을 이어 주고 (9)에서는 ‘공책’과 ‘연필’을 이어 줌을 알 수 있다.
(10)의 ‘(이)랑’이나 (11)의 ‘(이)며’는 앞뒤의 체언을 이어 주는 기능보다는 여러 체언을 열거하는 기능이 더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는 작은 것이다.
(10)에서 ‘형이랑 형수랑’을 ‘형이랑 형수가’로 쓰면 ‘(이)랑’이 ‘와/과’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것에서 그 차이가 작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랑’이나 ‘(이)며’ 등도 접속 조사로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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