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조사와 함께 우리말의 대표적인 문법 형태소라고 할 수 있는 어미(語尾)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아래 예문을 보자.
(1)에서 동사 ‘먹-’의 활용 어미를 떼어 낸 것이 (2)에 보인 ‘-았/었-, -지만, -다’이다. 이 3개를 두 종류로 나누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형태를 보면 ‘-았/었-’과 ‘-지만, -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었-’은 앞뒤에 다른 말이 오지만, ‘-지만’과 ‘-다’는 앞에만 다른 말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의 ‘불었다’에서 ‘-었-’ 앞에는 ‘불-’이 있고 뒤에는 ‘-다’가 있지만, ‘-다’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앞에만 ‘-었-’이 있다. 즉 ‘-지만’과 ‘-다’는 단어의 맨 마지막에 오는 어미이고, ‘-았/었-’은 그 앞에 오는 어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엣것을 어말(語末) 어미라고 하고, 뒤엣것을 선어말(先語末) 어미라고 한다.
‘어말’은 단어의 끝부분이라는 뜻이고 ‘선어말’은 어말의 앞부분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어미는 우선 어말 어미와 선어말 어미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잘 보면 ‘-지만’과 ‘-다’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는 단어의 끝부분이기도 하면서 문장 끝부분에도 오는 어미인 반면에 ‘-지만’은 문장의 끝부분에 오는 어미는 아니다. 그래서 ‘-다’와 같이 문장을 종결하는 어미를 종결 어미라고 하고, ‘-지만’과 같이 문장 종결의 기능이 없는 어미를 비종결 어미라고 한다. 어말 어미는 종결 어미와 비종결 어미로 나눌 수 있다.
이제 (3)을 통해 좀 더 복잡한 문법을 보도록 하자. (3)에서 어말 어미는 ‘-고, -다’가 있고 선어말 어미는 ‘-었-’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3)에는 밑줄 부분의 ‘먹는’에 ‘-는’이 더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는’도 단어의 맨 끝에 나타나므로 어말 어미이고, 문장을 종결하지 않으므로 비종결 어미이다.
그러면 어말 어미이면서 비종결 어미인 ‘-고’와 ‘-는’이 같은 종류의 어미인가? 일단 그렇기는 한 것 같은데도 ‘-고’와 ‘-는’은 왠지 다른 종류의 어미인 것처럼 느껴진다. ‘-고’는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앞뒤 문장을 연결해 주는 반면에 ‘-는’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3)은 ‘누나는 형이 먹는 음식을 만들었다.’라는 문장과 ‘나는 동생이 먹는 음식을 만들었다.’라는 문장이 ‘-고’로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이처럼 앞뒤 문장을 연결하여 한 문장으로 만들어 주는 어미를 연결 어미라고 한다. ‘-는’은 그런 기능이 없는데, 그럼 ‘-는’은 무엇일까?
(3)의 ‘-는’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4)와 (5)를 비교해 보자. ‘그가 갔음’이 ‘사실’과 같은 자리에서 ‘을’이 붙어 목적어로 쓰이고 있으므로 ‘그가 갔음’이 명사 ‘사실’과 같은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음’을 명사형 어미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3)의 밑줄 부분은 뒤의 체언을 꾸며 주는 관형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는’을 관형사형 어미라고 한다. (6)의 밑줄 부분은 ‘자장가를 불러라’라는 말을 꾸며 주는 부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게’를 부사형 어미라고 한다.
이들 어미의 공통점은 모두 문장이었던 말을 명사처럼, 관형사처럼, 부사처럼 쓰게 해 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모두 전성(轉成) 어미라고 한다. 전성이란 성격을 바꾸어 준다는 뜻이다.
이제 같은 비종결 어미이지만 연결 어미와 전성 어미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미의 종류는 문장의 구조나 다양한 문법적 요소들의 기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더 깊이 설명할 수 있다. 아쉽지만 어미의 종류에 대한 좀 더 상세한 글은 한참 뒤에 다시 선보이도록 한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우리말을 배우자 > 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법 범주(1) (0) | 2020.10.16 |
---|---|
실전 띄어쓰기 - '안 되다/안되다' (0) | 2020.10.15 |
실전 띄어쓰기 - 문장 부호 (0) | 2020.10.12 |
국어학의 다양한 분야 (0) | 2020.10.11 |
실전 띄어쓰기 - '데' (0) | 2020.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