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문법을 문장 단위로 확장하면서 만나게 될 여러 가지 용어에 대해 살펴볼 때가 되었다. 어떤 대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크게 구조적 설명과 기능적 설명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령 휴대폰에 대해 설명을 한다고 할 때, 휴대폰의 물리적 구성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설명할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할 수도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문장 이하의 단위들이 물리적으로 어떤 구조로 결합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고, 문장에 어떤 문법적 기능이 들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도 있다. 휴대폰의 기능을 잘 아는 것이 휴대폰의 구조를 잘 아는 것보다 더 유용한 것처럼 문장의 경우도 보통 구조보다는 기능을 아는 것이 더 유용하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문장을 기능 면에서 살펴볼 때 사용되는 문법 용어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그 전에 알아 두어야 할 배경지식이 있다.
(1)과 (2)의 의미를 상세히 알아보는 것은 이 연재 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용어 설명에 집중하도록 한다. 우선 (1)에서 ‘오늘, 비, 내리-’와 같은 말이 어떤 실질적 개념을 전달하는 데 반해, ‘은, 가, -겠-, -습니다’는 문법적인 개념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앞엣것들을 실질 형태소라고 하고 뒤엣것들을 문법 형태소라고 한다. 가령 ‘내리겠습니다’에서의 ‘-겠-’은 ‘미래’라는 문법적인 개념을 전달한다. 그런데 (2)의 ‘내릴 것입니다’에 들어 있는 ‘-ㄹ 것이-’는 하나의 형태소가 아니면서도 ‘-겠-’과 유사한 의미를 전달한다.
즉 문법 형태소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항목들을 ‘준문법 형태’ 혹은 ‘준문법 형식’이라고 한다. 문장을 이루는 요소들의 기능을 살펴본다는 것은 문법 형태나 준문법 형태의 기능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문법 형태나 준문법 형태가 표현하는 의미를 유형별로 분류해 놓은 것을 ‘문법 범주(grammatical category)’라고 한다. 고등학교 교과서들에서는 ‘문법 요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문법 범주라는 말이 학생들에게 어려워 용어를 다소 쉽게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언어의 문법 범주는 대단히 많지만, 이 연재에서는 우리말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주요 문법 범주만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체언이 문장에서 하는 기능을 형태적으로 표시하는 체계를 ‘격(格)’이라고 한다. (1)에서 ‘비’는 문장에서 주어 기능을 하고 있고 조사 ‘가’가 그 기능을 형태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래서 ‘가’는 주격 조사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목적격 조사, 관형격 조사, 부사격 조사 등과 같은 용어가 쓰이고 있다.
둘째, 문장을 통해 화자가 표현하려고 하는 의도를 기준으로 분류된 체계를 ‘문장(의) 유형’이라고 한다.
(3)은 화자가 청자에게 어떤 사실을 서술하려는 의도를 가진 문장, (4)는 질문을 하려는 문장, (5)는 명령을 하려는 문장, (6)은 청유를 하려는 문장, (7)은 화자가 어떤 사실에 대해 감탄이나 놀라움을 나타내려는 문장이다. 이를 순서대로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 감탄문이라고 하는데, 국어에서는 문장 유형을 보통 이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3)~(7)에서 보듯이 문장 유형은 종결 어미에 의해 나누어지므로 흔히 ‘문장 종결법’이라고 하기도 한다. 고등학교의 교과서들에서는 교육적 편의를 위해 ‘종결 표현’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와 같은 의미로 ‘서법’이라는 용어도 흔히 써 왔으나,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다. 그런데 국어에서는 문장 종결법이라는 용어를 무리 없이 쓸 수 있으나, 화자의 의도를 문장 종결 부분에 담지 않는 다른 언어들을 생각하면 문장(의) 유형이라는 용어가 더 유리하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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