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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한글에 매료된 할리우드의 스타 작가

튼씩이 2020. 11. 7. 19:39

 

▲ ≪킹세종 더 그레이트≫ 한글판, 영문판 (사진 핏북)

 

 

유명 TV 시리즈의 작가 겸 프로듀서로 활약한 조 메노스키(Joe Menosky)는 약 20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감상한 후, 한국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접했다. 이를 계기로 5년 전 처음 서울에 방문했고, 한글을 처음 알았을 때 한글 자체가 가진 기록 세계의 정밀함과 기능적인 우월함을 느꼈다. 더욱이 그는 “놀라운 문자인 한글이 천재적인 한 명의 왕에 의해 창제되었다는 이야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런 이야기가 전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세종대왕’이라는 인물과 그 업적은 조 메노스키에게 영감을 주었고, 작가는 세종대왕에 대한 영문 번역 자료를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세종대왕에 대한 호기심은 점차 존경심으로 변했고, 작가는 직접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맨 처음에는 자신처럼 세종대왕이라는 위인을 모르는 미국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미니시리즈 제작’을 목표로 4시간짜리 대본을 썼다. 그러던 중 함께 협업해온 한국 에이전시가 한국의 출판사에 대본을 보여주며 한글판‧영어판 소설을 먼저 출간하게 된 것이다.

 

 

외국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세종,
극대화된 영웅적 면모

 

 

≪킹세종 더 그레이트≫의 말머리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피렌체의 통치자인 경우일까? 아이작 뉴턴이 영국의 왕인 경우일까?”라고 세종을 찬탄하는 조 메노스키의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 판타지 장르’이기에 저자의 소설에서 세종대왕의 위대함은 극대화된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신하와 우정을 나누고, 궁궐의 문지기에게도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인간미를 갖췄다. 자녀에게는 다정한 아비였고, 왕비에게는 믿음직한 동반자로 묘사된다.

 

아울러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국왕으로서의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글이 배우기 쉬운 글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조선 전기의 명신 신숙주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일본인 소년에게 처음으로 글을 가르치기 위해 훈민정음으로 일본어를 쓰게 하는 모습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조선, 중국, 일본 삼국의 역사 이야기가 스릴 있게 펼쳐져 읽는 재미를 가미했다.

 

 

▲ 조 메노키스가 적어서 보내온 한국말 인사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조 메노스키는 “새로운 인물도 창조했고 서너 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하나로 합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은 위치를 바꾸고, 시대를 변경하거나 축소하기도 했다. 정사의 기록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익숙한 분께서도 제가 새로 창작한 역사 판타지라는 점을 받아들여 주기 바라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이 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글문화를 더욱더 세계에 알리려는
자세가 필요한 지금

 

 

한편, 작가는 “만약 유럽의 어떤 지도자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는 이미 그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전 세계의 소설과 영화, TV 시리즈 등에서 유럽의 지도자 이야기가 소재가 되고 재해석됐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비교적 덜 알려진 세종대왕의 업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소설 출간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뉴저지주 팰리사이드파크 상공회의소 회장인 토마스 박은 ‘이 책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겠다’며 200권을 선주문했다. 이 밖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한때 ‘세종대왕’이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 최초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작가가 영어로 쓴’ ≪킹세종 더 그레이트≫가 세상에 나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를 계기로 삼아 한글 창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 세종의 이야기를 색다른 콘텐츠로, 더욱 발 빠르게 전파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