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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9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촌스럽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 애들과 열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다녀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고향에 다녀오면 그 온기가 몇 주는 가는 것 같습니다. ^^*
고향에 가서 시제도 모시고, 찬바람 들어오지 않게 고향집 문에 비닐도 치고 왔습니다.
거의 다 그렇겠지만,
저는 고향과 촌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촌놈인가 봅니다. ^^*
우리말에 '촌스럽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촌스럽다는 말이 늘 걸립니다.
촌스럽다는 村스럽다에서 온 말입니다.
도시가 아닌 촌이 왜 덜 세련되고 어수룩한 거죠?
도시에 사는 사람은 다 똑똑하고 촌에 사는 사람은 다 어수룩한가요?
도시는 유행을 이끌고, 시골은 몇 년 지난 유행만 좇나요? 그래서 촌스러운 것인가요?
'촌스럽다'를 사전에 올려놓고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라고 풀었으면,
'도시스럽다'도 사전에 올리고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있고 어수룩한 데가 없다."라고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시골은 무척 힘듭니다.
UR, DDA, FTA 따위 이상한 것들 때문에 먹고 살기가 팍팍합니다.
몇 분 고향을 지키시는 분들도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고향을 유지하는 게 바로 촌이자 시골입니다.
그런 촌을 덜떨어진 곳으로 치면 안 됩니다.
농사를 짓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농사를 짓기에 작물이 산소를 내 뿜어서 우리가 마시고 있으며,
농사를 짓는 논이 있기에 홍수 피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농업이야말로 요즘 화두인 녹색성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산업입니다.
그런 농업을 낮추보고 천시하면 안 됩니다.
세상천지 어디에도 먹는 것을 함부로 다루는 곳은 없습니다.
우리가
나만 최고고 내가 아닌 모든 것은 다 덜떨어진 것으로 보지나 않는지 걱정입니다.
촌스러움의 가치를 알고 존중해 줄 때 우리 문화도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자 제 온 힘을 다 쏟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촌놈이니까요.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