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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공정에 스타들 일침을 가하다

튼씩이 2021. 2. 20. 13:14

중국의 막무가내식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연예인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02년부터 추진한 역사 왜곡 연구 사업이다.

송가인은 2월 16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순백의 한복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김치도 한복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거예요 제발"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룹 투투 출신 황혜영도 만리장성 사진을 올리며 "김치, 한복이 자꾸 너네 거라고 하면 저거 우리 집 뒷담이라고 우겨도 되겠니?"라고 통쾌한 일침을 가했다.

직설적 화법으로 유명한 가수 이센스는 설날을 맞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푸(중국 전통 의상) 아니고 한복이야 도둑놈들아 뻔뻔하게. 한복이 중국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정신 차리세요. 한국 거예요. 나중에 힙합도 미국 아니고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이 분노한 것은 중국 누리꾼들 중심으로 김치, 한복, 설날까지 모두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화계 동북공정이 심화된 것은 최근 설날을 맞으면서부터였다.

국내 게임 업체인 블리자드는 최근 1인칭 슈팅(FPS) 게임 '오버워치(Overwatch)'에서 설날 기념 테마 스킨을 공개했다. '하얀 소의 해'를 맞아 '호랑이 사냥꾼'과 '까치' 스킨을 획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한 것.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오버워치 공식 트위터에는 중국 누리꾼들 항의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설날은 춘절을 베낀 것인데 왜 한국풍 스킨이 존재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파리와 똥을 형상화해 태극기를 훼손하는 이미지도 게재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미국 모바일 게임 'SKY-빛의 아이들' 아이템 중 하나인 '갓'에 대해서도 중국 전통 의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개발사 대표 제노바 첸은 자신이 중국인임을 밝히며 "글로벌 버전과 중국 버전에 적용된 모자 디자인은 명나라 의상을 참고한 것"이라 발표해 국내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았다.

게임계 동북공정은 연예계로도 빠르게 번졌다. 김소현은 지난 2월 11일 설날을 맞아 인스타그램에 한복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인사를 전했다. 이번에도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전통문화를 홍보해 줘 감사하다", "중국 전통 의상(한푸)을 입어줘서 고맙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촬영한다" 등 터무니 없는 댓글을 남겼다.

 

 

 

 

 

중국 누리꾼들은 김소현이 출연 중인 KBS2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 배경인 고구려 역시 중국 역사라고 우기고 있다. 동북공정의 핵심이 고구려, 발해, 부여 등 한반도 고대 국가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김치를 중국식 채소 절임 음식 '파오차이'라고 하는 주장마저 제기돼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동북공정은 국가 주도 사업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황당한 우기기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이 아시아계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며 K팝, K푸드 등이 각광받자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중국이 문화 주도권을 뺏길 것 같다는 위기감을 애꿎은 한국 문화 뺏기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치, 한복, 설날 등이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사실이 중국 누리꾼들을 더 자극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유치한 우기기의 끝은 수치심 뿐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한복을 입은 국내 연예인들 SNS에 비방 댓글을 달 시간에 진짜 중국 전통문화를 유행시키는 데에 열정을 쏟는 게 어떨까. 정확한 외형도 모르는 한푸가 한복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단 한푸를 입고 드라마 한 편 성공시키는 게 백 번 낫지 않냐는 말이다.

문화계 동북공정 논란을 보면 볼수록 우리나라 문화의 우월성만 입증되고 있다. 뺏고 싶은 문화, 뺏고 싶은 아이디어, 뺏고 싶은 연예인들. 그러나 송가인, 황혜영, 이센스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문화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걸 이 기회에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중국 누리꾼들이 더 이상 문화계를 향한 도둑질을 멈추고 성숙한 문화 시민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