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얼레빗) 3346. 즈믄해가 지나도 순백의 빛깔을 간직한 오층석탑

튼씩이 2016. 8. 4. 12:12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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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4.



경주에는 8가지 괴이한 경치 곧 “8괴(八怪)”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허공에 떠 있다는 바위인 “남산부석(南山浮石)”, 모래가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문천도사(蚊川倒沙)”, 안압지의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자라는 풀인 “압지부평(鴨池浮萍)” 따위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탑에 이끼가 끼지 않아 즈믄해(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순백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다는 국보 제39호 경주 나원리오층석탑(羅原里五層石塔)도 “8괴”의 하나지요.

이 석탑은 경주시 현곡면 나원리 마을의 절터에 남아 있는 것으로 경주에 있는 석탑 가운데 국보 제112호 감은사지 동ㆍ서 삼층석탑과 국보 제38호 고선사지 삼층석탑에 비교될 만큼 큰 규모입니다. 2층 기단(基壇)에 5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모습으로, 기단과 1층 탑신의 몸돌, 1ㆍ2층의 지붕돌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지요.

짜임새 있는 구조와 아름다운 비례를 보여주고 있어 남북국시대(통일신라)인 8세기 무렵에 세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주 부근에서는 보기 드문 5층석탑으로, 탑이 지니고 있는 듬직한 위엄에 순백의 화강암이 가져다주는 맑은 기품이 잘 어우러져 있지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해체수리를 했는데 당시 3층 지붕돌 위 사리공에서 사리함과 금동소탑, 금동소불 등의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순백의 빛깔을 지니고 있어 “나원 백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원리 오층석탑을 만나러 가볼까요?

옛 얼레빗 (2012-08-02)



2354. 연애편지를 썼던 잉크와 펜-그때를 아십니까(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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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우리는 드디어 잉크와 펜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복과 더불어 잉크의 사용은 우리가 드디어 중학생이 됐음을 알려준 것이었지요. 자그마하고 네모난 잉크병에 스폰지를 넣고 거기에 잉크를 부은 다음 펜으로 잉크를 뭍혀 쓰던 글씨. 하지만, 잉크와 펜에 익숙하지 못했기에 책상과 교실 바닥 심지어는 교복까지 잉크로 범벅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 펜촉은 자꾸 공책에 구멍을 냈고. 낡아서 무뎌진 펜촉은 잉크가 잘 번져서 곤혹스러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학생들은 연애편지를 쓸 양이면 정성스럼게 그리고 손에 잔뜩 힘을 주어가며 쓰고 또 쓰곤 했지요. 물론 당시 쓰기 편리한 만년필도 있었지만 만년필은 값이 비쌌기에 부잣집 아이들만 썼을뿐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쁜 글씨를 쓰려면 만년필이 아닌 펜으로 글씨연습을 해야 한다고 위안을 삼기도 했지요.

이제 학생들은 잉크와 펜이 아닌 볼펜을 쓰게되었으니 얼마나 편한 세상을 살게 된 것인지요? 잉크가 옷이나 손에 묻을 염려도 없고, 펜이 공책에 구멍을 내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아니 볼펜도 점점 컴퓨터에 밀려 그 쓰임새가 훨씬 줄었습니다. 이제 학창시절 잉크와 펜을 썼던 사람들은 그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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