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은 절기상으로 ‘곡우’였다. 이맘때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만들기 위해 볍씨를 담그게 된다. 곡우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곡우에 가뭄이 들면 그해 농사에 큰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절기 이름도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비’란 뜻으로 ‘곡우’라고 한 것이다. 순 우리말로 이 날을 ‘단비’라고 부른다. 마침 곡우 무렵에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렸다.
아직 일부 지역에서는 벚꽃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 ‘한창’이라는 말이 가끔 엉뚱한 곳에 쓰일 때가 있다. “벚꽃 핀 지도 한창 되었는데,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있니?”처럼 표현할 때에도 더러 ‘한창’이란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한창’이란 말은 “일이 왕성하고 무르익을 때”라는 뜻으로 “지금 곳곳에는 벚꽃놀이가 한창이다.”처럼 쓰이고, 또 “일이 무르익고 활기 있게”라는 뜻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한창 공부해야 할 텐데, 우리 집 아이들은 놀기만 한다.”처럼 쓰인다.
그러므로 “벚꽃 핀 지도 한창 되었다.”, “떠난 지 한창 되었다.”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한참’이란 말을 써야 한다. ‘한참’은 “시간이 어지간히 지나는 동안”이란 뜻으로, “한참 걸었더니 땀이 난다.” 또는 “만나기로 한 친구를 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처럼 쓰인다. 그러니까 앞에 든 말은 “벚꽃 핀 지도 한참 되었다.”라고 해야 한다. 벚꽃 핀 지가 한참 되었어도 아직 일부 지역에서는 한창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569?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84] 성기지 운영위원 201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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