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다사로운 손길

튼씩이 2021. 10. 19. 12:53

설을 맞아서 외지에 나가 살던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뵈면 비워 두었던 방에도 난방을 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불을 때면 방바닥이 금세 뜨거워지지 않고 조금씩 온기가 올라온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알맞게 따뜻해’지는데, 이런 것을 ‘다습다’라고 말한다. “다스운 온돌방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어르신들이 “따신 방에”라고 말할 때의 ‘따신’은 ‘다스운’에서 비롯한 말이다.

 

그리고 ‘조금 다습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다스하다’라고 말한다. “다스한 봄 햇살이 툇마루에 비친다.”라고 하면 다스운 온돌방보다는 봄 햇살이 조금 덜 따뜻하다는 표현이다. 이런 다스함이 온돌방이나 햇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있다. 사람에게 다스한 기운이 있을 때는 ‘다사롭다’라고 표현한다. “다사로운 어머니의 손길” 같은 말이 그러한 예이다.

 

우리 옛말 가운데 ‘다솜’(물론 [다솜]이 정확한 발음은 아니겠지만)이 사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솜’도 ‘다사롭다’와 관계가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다사로운 정을 표현한 말이니, ‘다습다’, ‘다사롭다’와 같은 형용사와 ‘다솜’이란 명사는 한 뿌리에서 나온 말일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동사나 형용사가 그 형태를 일부 바꾸어 명사로 변해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522?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77] 성기지 운영위원     2015.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