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다”는 ‘무엇을 하게 하다’는 말로서, “일을 시키다”, “공부를 시키다” 들처럼 쓰인다. 또는 앞말에 붙여서, “안심시키다”, “실망시키다”, ‘이해시키다’, ‘입원시키다’ 들처럼, ‘안심하게 하다’, ‘실망하게 하다’, ‘이해하게 하다’, ‘입원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가령, “취직시키다”고 하면, 자기가 취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취직을 하게 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쓰는 사례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시키다’가 붙어서 사동을 나타내는 말이 아님에도 마구 붙여 쓰는 사례들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연속극에서 보니, “남편을 설득시켜 보세요.”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남편을 설득해 보세요.”라고 써야 한다. 이와는 다른 상황, 곧 누군가에게 남편을 설득하게 해 보라고 할 때에, “그에게 남편을 설득하도록 시켜 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신문에 “검찰의 보강 수사로 아무개 씨를 구속시켰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때에도 ‘구속시켰다’고 하면 ‘(남을) 구속하게 했다’는 뜻이 되므로 이 문장도 잘못 된 것이다. 남에게 구속하도록 시키지 않고 검찰 또는 경찰이 직접 주체가 되어 아무개 씨를 구속한 경우이니, “검찰의 보강 수사로 아무개 씨를 구속했다.”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시키다’를 잘못 쓰고 있는 사례는 이외에도 “주입시키다”, “유발시키다”, “분리시키다”, “결합시키다” 등 아주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누구누구에게 “거짓말시켰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잘 새겨 보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도록 내가 시켰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내가 거짓말을 한 경우라면, “거짓말(을)시켰다.”가 아니라, “거짓말(을)했다.”로 말해야 한다.
출처: https://www.urimal.org/109?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10] 성기지 운영위원 201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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