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다듬은 말 알아보기 - 먹을거리 찾아‘먹거리 장터’로

튼씩이 2022. 3. 11. 12:53

우리 먹거리 문화도 어느새 서구화되어 있습니다. 빈대떡이나 파전 대신 피자를 즐겨 먹고, 더운 여름에는 수박 화채에 얼음을 띄우는 대신에 과일 등을 얼려 만든 스무디1)나 주스 등을 살짝 얼린 슬러시 등을 더 좋아합니다.

 

 

‘푸드’라는 말이 ‘먹거리’ 또는 ‘먹을거리’라는 말이나 ‘음식’ 또는 ‘식품’이라는 말을 누르고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도 ‘부엌’에서 ‘주방’을 거쳐 ‘키친’으로 변해 왔습니다. 부엌에 설거지할 수 있는 ‘싱크대’ 하나가 놓이더니 이제는 준비대, 개수대, 조리대, 가열대 등이 하나로 연결된 붙박이형 부엌 가구인 ‘시스템 키친’까지 등장했습니다.

 

• 푸드(food) → 음식, 식품먹거리, 먹을거리
• 키친(kitchen) → 주방부엌
• 싱크대(sink臺) → 설거지대, 개수대
• 시스템 키친(system kitchen) → 일체형 부엌(주방) 가구

 

부엌에서 요새는 행주 대신에 종이로 된 일회용 ‘키친타월’ 또는 ‘페이퍼 타월’을 흔히 씁니다. 세수하고 나서 닦는 ‘타월’은 ‘수건’이지만 부엌에서 쓰는 타월은 행주입니다. 키친타월이나 페이퍼 타월은 주로 종이로 만들어서 부엌에서 주로 쓰는 수건이니까 ‘종이 행주’라고 하면 됩니다.

 

• 타월(towel) → 수건
• 키친타월(kitchen towel)/페이퍼 타월(paper towel) → 종이 행주

 
 

 

요새는 ‘주방장’이 ‘주방’에서 먹을 것을 요리하는 대신에 ‘셰프’가 ‘푸드 코트’에서 ‘레시피’에 따라 ‘쿠킹’을 합니다. 셰프는 요리사나 주방장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느새 우리말에 들어와 주방장보다는 더 전문적이거나 고급스러운 행세를 하려 합니다. 호텔에서나 동네 짜장면 집에서나 요리를 하는 사람은 요리사이고 그 우두머리는 주방장입니다. 주방장과 셰프는 격이 다르다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리를 할 때 쓰이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 보관 방법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을 ‘레시피’라고 하는데 이 말은 ‘조리법’이라고 하면 됩니다. 백화점 지하 등 한 건물 안에 여러 종류의 식당들이 모여 있는 구역을 ‘푸드 코트’라고 하는데 여러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모여 있으므로 ‘먹(을)거리 장터’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 셰프(chef)2) → 요리사, 주방장
• 푸드 코트(food court) → 먹거리 장터, 먹을거리 장터
• 레시피(recipe) → 조리법
• 쿠킹(cooking) → 요리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요리는 맛깔스러워야 하지만 보기에도 좋아야 합니다. 요리에 멋을 더하는 사람을 ‘푸드 스타일리스트’라고 합니다. 패션 분야에서 ‘스타일리스트’는 ‘맵시가꿈이’라고 할 만한데, 요리 분야에서 스타일리스트는 ‘요리 예술사’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맛깔스럽고 보기 좋게 요리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을 ‘서빙하다’라고 합니다. ‘서빙하다’는 ‘내다’ 또는 ‘내오다’라고 하든지 ‘봉사하다, 접대하다’라고 해도 됩니다.

 

• (패션) 스타일리스트(stylist) → 맵시가꿈이
•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 → 요리 예술사
• 서빙하다(serving-) → 내다, 봉사하다, 접대하다

 

 

1) 규범 표기 미확정.
2) 규범 표기 미확정.

 

글_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