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冊架圖)’는 책장 선반에 책과 문방구, 도자기, 청동기, 꽃과 과일 등 다양한 물건이 놓인 모습을 그린 병풍으로, ‘책거리’라고도 불립니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귀한 책을 모으고 골동품을 감상하는 취미가 널리 퍼지면서 책가도가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문치 정치를 표방했던 정조의 책가도 사랑은 유별났습니다. 정조는 창덕궁 어좌 뒤에 책가도 병풍을 펼쳐놓고 신하들에게 자신의 뜻을 설명했고, 국왕 전속 화가인 ‘자비대령화원’의 고과 평가 때에도 책가도를 그리게 했다고 합니다.
19세기 최고의 책가도 화가로 손꼽히는 사람은 이형록입니다. 이형록은 대대로 도화서화원을 배출한 집안에서 성장했습니다. 아버지 이윤민도 책가도로 이름을 남겼고, 손자인 이덕영까지 이를 잘 그려 집안에서 화법을 계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 이형록의 대표작인 ‘책가도 병풍’은 총 10폭으로 구성된 걸작입니다. 병풍의 왼쪽 두 번째 폭에서 두 번째 단 위에 있는 인장함의 도장에 ‘이응록인(李膺祿印)’이라 적혀있어 작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응록’은 이형록이 57세 때 개명한 이름입니다. 그는 생애 동안 두 번 개명했는데, 1864년에 이형록에서 이응록으로, 1871년에 이응록에서 이택균으로 개명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1864년에서 1871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책장 칸의 옆면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워지며, 책은 위치에 따라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책가도 병풍은 서양화의 투시도법과 명암법을 응용하여 공간감과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책과 문방구 외에도 새로운 서양 기물인 시계가 등장하고, 철쭉, 수선화, 국화, 모란 등의 꽃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모두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발행한 ‘책가도 병풍’ 기념우표는 화려하면서도 진중한 책가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점선대로 접으면 실제 병풍처럼 세울 수 있어 소장 가치가 높습니다. 책과 기물의 묘사가 정밀하여 당대 최고 수준의 책가도로 평가받는 이형록의 책가도 병풍을 기념우표로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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