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설탕
한 어머니가 아들을 간디에게 데려와서는 “선생님, 제발 제 아들에게 설탕을 먹지 말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사정했다. 간디는 소년의 눈을 바라보다 한참 뒤 어머니에게 “보름 뒤에 다시 아드님을 데려오십시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을 뵈러 아주 먼 길을 왔습니다. 그냥 돌려보내시면 어떡합니까?” 하고 호소했다. 간디는 다시 한 번 소년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는 어머니에게 “보름 뒤에 아드님을 데려 오십시오.”라고 말했다. 보름 뒤,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다시 간디를 찾아왔다. 간디는 소년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본 후 “설탕을 먹지 마라, 얘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간디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 후, “왜 보름 전에 저희가 이곳에 왔을 때 설탕을 먹지 말라고 아이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나요?” 하고 물었다.
어차피 해 줄 이야기인데 번거롭게 두 번이나 오게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간디는 “보름 전에는 저도 설탕을 먹고 있었거든요.”라고 답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대단히 중요히 생각했던 간디는 자신은 설탕을 먹으면서 아이에게는 먹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간디의 ‘설탕 일화’는 쉽게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았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한다. 신년 계획이 늘 작심삼일이 되는 것처럼 타인과의 약속에 앞서 본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말과 행동을 서로 같게 하는 것,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행일치는 ‘신뢰 보증 수표’
그리스 시대에 데모스테네스라는 웅변가와 데마데스라는 웅변가가 있었다. 두 사람은 그리스를 칭송하는 등 훌륭한 연설로 사랑받았는데, 특히 데마데스가 더 인기가 많았다. 데모스테네스는 준비된 내용이 없으면 아예 연설을 하지 않았지만, 데마데스는 타고난 달변가였기에 즉석에서도 멋진 연설을 들려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리스가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에 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데마데스는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왕에게 복종하고 그를 따르도록 그리스 시민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반면, 데모스테네스는 시민들에게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수시로 마케도니아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평소 두 웅변가 모두 그리스를 칭송하는 연설을 하여 마치 애국자로 보였지만, 위기 상황이 닥치자 누가 진정으로 언행일치의 삶을 살고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말’은 행동의 이정표다. 그래서 말은 늘 책임감을 동반한다. 본인이 내뱉는 말을 그대로 실행하여 언행일치를 보이는 것은 타인의 신뢰를 얻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신용을 잃게 되는 경우를 종종 목도한다. 방송에 출연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란한 말재주와 놀라운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나중에 말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은 연예인도 있고, “반드시 공약을 이행하겠다!”라고 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산 후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도 있다. 이 경우 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180도로 달라진다.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유명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평생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개인에게 언행일치는 나의 진실한 마음을 드러내고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언행일치를 위한 세 가지 습관
① ‘선행기언’하는 습관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子貢問君子, 子曰: 자공이 군자1)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先行其言, 而後從之.”: “먼저 몸소 실천하라. 그런 후에 말이 그 실천을 따르게 하라.”
공자는 ‘선행기언(先行其言)’을 중요하게 여겼다. 먼저 행동한 후 그 실천한 내용에 따라 말을 하라는 것이다. 공자는 실천 없는 말, 공허한 말을 경계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늘 말을 실천보다 앞서 하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지 못해 신뢰를 잃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또한 공자는 “선행기언을 마음에 새겨 부단히 노력한다면, 그 추구하는 바에는 못 미칠지라도 최소한 언행일치의 단계에 이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말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는 진리를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② 함부로 약속하지 않는 습관
한 번, 두 번 지각한 사람이 어느 순간 ‘지각쟁이’로 각인되는 것처럼, 약속을 남발만 하고 자꾸 어기면 어느새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얻게 된다. 이 낙인은 한번 찍히면 참으로 지우기 어려우며, 지우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게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신뢰조차 한번 잃고 나면 되찾기가 꽤 어렵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미래의 일을 두고 당장 상대에게 줄 기쁨과 감동을 위해 함부로 약속하거나 호언장담하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③ ‘언행불일치’를 솔직히 밝히는 습관
언행일치의 반대말은 바로 ‘언행불일치’이다. 언행일치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왜 약속을 못 지켰는지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언행불일치를 고백하는 것은 자신이 한 말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언행불일치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은 실망했던 상대에게 약속을 어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다음 약속을 다시 한 번 신뢰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형성한다. 언행불일치를 고백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득이 되는 행동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함으로서 다음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1)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 유교에서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일컫는다.
※ 참고 자료
신완선, ≪컬러 리더십≫, 더난출판사, 2002.
김진배, ≪김진배의 매직 유머 화술≫, 무한, 2006.
김은성,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위즈덤하우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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