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일상 속 오늘의 다듬은 말 - 장보기, 상가, 종합 상가, 장보기 밀차, 장바구니

튼씩이 2022. 4. 7. 07:55

궁금한우리말

다듬은 말 알아보기

‘덧두리’ 대신 넉넉하게
‘덤’을 주는 여유를 누려 보자

가정의 달이라고 주변에 선물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걸어서 시장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찻길과 인도 사이에 차량의 진입을 막고 보행자를 보호하려고 설치된 굵은 말뚝 같은 것이 보입니다. 이것을 ‘볼라드’라고 하던데,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말을 ‘길말뚝’이라고 다듬었습니다. ‘길말뚝’이라고 하니 금세 이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 볼라드(bollard) → 길말뚝

 

이렇게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량이 인도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길말뚝’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되어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네모난 돌로 만드는 것보다는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둥그렇게 부드러운 재질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앞이 잘 안 보이는 사람에게는 ‘길말뚝’이 흉기가 되기도 한다니 말입니다.

대형 상점 등에서 치약과 같은 생필품이나 과자 같은 먹거리를 사려고 할 때, 원래 사려는 물건에 똑같은 제품을 하나 더 붙여 놓고는 ‘원 플러스 원’이라고 합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겁니다. 이때 ‘원 플러스 원’은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직역해서 ‘하나 더하기 하나’라고 할까요? 꼭 같은 말은 아니지만 우리말에 ‘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예) 사과 열 개를 사면 덤으로 하나 더 드립니다.

 

‘덤’은 물건을 사면 공짜로 더 얹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원 플러스 원’도 하나는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지만 하나는 공짜로 거저 딸려 오는 것이므로 ‘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물건을 덤이나 공짜로 얻는 일과는 반대로 원래 값보다 더 줘야 살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어떤 말인가요? ‘프리미엄’인가요? ‘프리미엄(premium)’은 ‘규정 이상의 시간이나 생산에 대하여 지불하는 금액’이나, ‘일정한 가격, 급료 따위에 여분을 더하여 주는 금액’ 즉, ‘할증금(割增金)’입니다.

 

• 성수기라고 몇 곱절의 프리미엄을 더 얹어 주고 겨우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이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이 ‘웃돈’입니다.

 

웃돈: 본래의 값에 덧붙이는 돈 ≒덧돈
예) 구하기 어려운 약이라 웃돈을 주고 겨우 구해 왔어요.

 

‘웃돈’을 ‘덧돈’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과 매우 비슷한 뜻의 말로 ‘덧두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덧두리: 정해 놓은 액수 외에 얼마만큼 더 보탬. 또는 그렇게 하는 값
예) 요새 물건이 달려서 덧두리를 주고도 구하기가 어려워요.
• 프리미엄(premium) → 웃돈, 덧두리

 

이처럼 ‘프리미엄’은 ‘웃돈’이나 ‘덧두리’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한편, 녹지대가 많아 공기가 맑고 조망권과 일조권이 충분히 확보되는 점 때문에 본래의 아파트 값에 덧붙는 값을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환경덧두리’로 순화한 것도 참고할 만합니다.

물건을 사러 시장이나 상점에 갈 때 여러분은 쇼핑백을 들고 가시나요, 장바구니를 들고 가시나요? ‘쇼핑백’과 ‘장바구니’의 용도가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쇼핑백을 들고 쇼핑몰이나 쇼핑센터, 쇼핑 타운에 가서 쇼핑 카트를 밀고 다니며 쇼핑하는 것과, 장바구니를 들고 상가나 종합 상가에 가서 밀차를 밀고 다니며 장보기하는 것은 사는 물건 종류가 다른 것일까요?

 

• 쇼핑백(shopping bag) → 장바구니
• 쇼핑몰 → 상점가, 상가
• 쇼핑센터, 쇼핑 타운 → 종합 상가, 상점가, 시장
• 쇼핑 카트 → 밀차, 장보기밀차, 장보기수레
• 쇼핑 → (시)장보기, 물건사기

 

알뜰 구매를 하려면 특정 시간대나 요일에 할인을 많이 해 주는 ‘반짝 할인’도 유용합니다. ‘타임 서비스’나 ‘반짝세일’보다는 ‘반짝 할인’이 더 쉽게 와닿지 않나요?

 

• 타임 서비스 → 반짝 할인

 

반짝 할인을 이용하는 것도 유익하지만, 관련 있는 물건을 함께 묶어서 팔거나 낱개가 아닌 여러 개를 묶어서 파는 ‘꾸러미 상품’도 알뜰 구매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깎아 준다는 유혹에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 패키지 상품(package --) → 꾸러미 상품, 기획 상품

 

날씨는 화창하지만 황사나 미세 먼지가 많은 날에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것도 편리합니다.

 

• 인터넷 쇼핑몰 → 누리 상가
• 홈 쇼핑 → 안방 구매

 

‘원 플러스 원’이라고 하기보다는 ‘덤’이라고 하고, ‘프리미엄’이라고 하기보다는 ‘웃돈’이나 ‘덧돈’, ‘덧두리’라고 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요? 일 처리든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든 모든 일들이 ‘웃돈’이나 ‘덧두리’가 필요하지 않게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오히려 넉넉하게 ‘덤’으로 얹어 줄 수 있는 사회, ‘쇼핑백’을 들고 쇼핑하러 간다고 하는 것보다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간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