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순국선열을 기리고 나라 사랑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여기서 보훈이란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이들에게 보답을 하는 일이다. 그들이 보인 희생의 가치를 인정해 생전에 최고로 예우하고, 사후에는 감사함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공헌이란 무슨 뜻일까? 우리가 자주 쓰는 ‘헌신’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헌의 사전적 의미는 ‘힘을 써 이바지함’이다. 헌신의 뜻은 ‘몸과 마음을 바쳐 힘을 다함’이다. 공헌과 헌신 사이의 근본적인 개념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공헌과 헌신을 완전히 같은 말로 볼 수는 없다. 둘은 분명히 다른 맥락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가. 국가를 위한 이름 없는 시민들의 공헌을 기억해야 한다.
나. 남편은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십 년째 헌신으로 시중을 들고 있다.
공헌과 헌신은 행위에 의미의 초점이 놓인다. 그런데 공헌은 행위의 대상이 공동체로서의 집단, 사회, 국가를 가리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공헌은 주로 추상적인 대상과 함께 쓰인다. ‘국가에 공헌’, ‘지역사회에 공헌’은 자연스럽지만 ‘아내에게 공헌’, ‘남편에게 공헌’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에 비해 헌신은 공헌보다 대상의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다. ‘국가에 헌신하다’와 같은 표현도 자연스럽고 ‘배우자에게 헌신하다’, ‘자녀에게 헌신하다’와 같은 표현도 널리 쓰인다.
다. OO 제약회사는 지역사회에 공헌한 바가 인정되어 표창 수상을 받았다.
라. ㅁㅁ 교회가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 주민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맺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공헌은 행위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나 집단일 때에 잘 어울린다. ‘△△ 자치단체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발표했다.’ 등등 공헌 대신 헌신이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공헌이 좀 더 자연스럽다.
나라와 공동체를 향한 헌신을 하는 것이 비단 군인들만은 아니다. 경찰관이나 소방관 등 일상 속에서도 고마운 헌신을 찾아볼 수 있다. 호국 영령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밖의 다양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그 뜻을 기리는 한 달이 되었으면 한다.
글: 강은혜
'우리말을 배우자 > 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 속 차별 언어 - 인종과 관련된 표현 (0) | 2022.06.27 |
---|---|
살아 숨 쉬는 지역어 - 이상화 시 둘러보기 (0) | 2022.06.25 |
문장 다듬기 - 뜻은 중복되지 않게 써요! (0) | 2022.06.23 |
한글 레터링의 아버지, 김진평 (0) | 2022.06.20 |
방언 말모이 '여우' (0) | 2022.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