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교육
김 문 식(단국대)
1. 국왕을 규제하는 방법
국왕이라면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 살고 있지만, 조선의 국왕은 대통령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가 있었다. 오늘날의 정부 기구는 입법, 사법, 행정 등 삼부(三府)로 나눠져 있고,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행정부의 수반으로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왕은 삼부를 총괄하는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에 불과하지만 국왕의 임기는 일단 왕위에 오르면 특별한 결함이 없는 한 평생토록 지속하는 종신직이었다.
국왕은 이처럼 막강한 존재였기에 제대로 된 국왕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국가의 운명은 극도로 위험해 질 수 있었다. 실록에서 장차 국왕이 될 왕세자를 언급하면서 ʻ위로는 역대 선왕(先王)들의 왕업(王業)을 이어받고, 아래로는 신하와 백성들의 안위(安危)가 달려있으며, 국가가 흥하고 망하는 것이 모두 왕세자에게 달려 있다ʼ고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조선의 지식인들은 국왕을 규제하여 훌륭한 국왕이 되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국왕을 규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기록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육이었다. 먼저 기록이란 국왕의 모든 말과 행동을 철저하게 기록해 둠으로써 후대의 엄정한 평가를 받게 하는 방법이었다. 오늘날에도 널리 알려진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나 『일성록(日省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와 같은 국가 기록을 보면, 국왕의 하루 일과와 생활을 원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도 상세한 기록들이 남아 있다. 이는 비록 국왕이 부당하게 행사하는 권력을 당장에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이를 상세히 기록해 둠으로써 후대의 평가를 받게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다음으로 교육이란 국왕은 신하를 스승으로 삼아 평생토록 교육을 받아야 했고, 교육이 이뤄지는 자리에서는 현실 정치의 문제점까지 지적함으로써 국왕을 규제하는 방법을 말한다. 국왕이 왕자로 태어나 왕세자로 책봉되고 왕위에 오르기까지에는 보양청 교육, 강학청 교육, 서연(書筵)이란 교육 과정을 거쳤고, 왕위에 오른 이후에도 경연(經筵)이란 교육이 계속되었다. 유학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군주는 성인(聖人)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으므로, 국왕은 학문이 뛰어난 신하를 스승으로 삼아 성인의 도를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왕이 경연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이를 비판하는 상소가 빗발쳤고, 연산군처럼 아예 경연을 폐지한 국왕이 아니라면 신하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면 조선의 왕실 교육은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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