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모르지만 익숙하고 편한 관행
출처: 스브스 뉴스
얼마 전, 20대 김 모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18살 터울 늦둥이 동생이 손바닥을 얼굴에 갖다 대며 전화 받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20대 이상이 수화기를 든 모습을 표현하는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10대 초중반까지의 어린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유선 전화기를 보지 못한 채 자랐다. 수화기 모양의 이 아이콘(?)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문화와 관습은 늘 변한다. 다이얼을 돌려 통화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10대 초중반 정도의 나이 아래로는 손바닥을 펼쳐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통화 아이콘을 수화기 모양으로 표시하는 것을 관행이라 한다. 일단 한번 만들어 사용하면 그것의 연원은 점차 잊히고, 다음 세대는 그냥 쓰던 대로 쓴다. 관행은 익숙하고 편하며, 변화는 귀찮다. 그런 의미에서 관행의 힘은 강력하고 어쩌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알고 보면 차별 용어
수화기 모양 이모티콘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그대로 사용하는 어린 세대처럼, 언어에도 관행으로 무심코 써 온 표현에 알고 보면 차별의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특히 사회 약자를 비하하고 멸시하는 표현들이 많다. 그중에서 우리말에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 참 많다. 앉은뱅이, 절름발이, 곰보, 째보, 귀머거리, 외팔이, 난쟁이, 병신, 저능아, 바보, 멍청이, 등신, 벙어리, 장님, 맹인, 봉사, 소경, 외눈박이, 애꾸, 언청이, 지랄병……. 이 용어들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배려하지 못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속에는 배제, 편견, 차별의 태도가 녹아있다. 이런 말을 쓰는 이들은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애인 차별과 편견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다. 말 자체가 그런 차별과 편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관행적인 용어라고, 또 고의로 사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불리는 대상이 불편하고 모욕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이미 차별과 편견의 언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혐오의 시대가 아닌 포용의 시대를 향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11월 “과거로부터 답습해오던 부정적 용어와 표현 행위로 불특정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화할 수 있어 인간 고유의 인격과 가치에 대해 낮게 평가할 수 있다”라며 공적 영역에서 장애와 관련된 속담 등 관행 표현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세상이 변화하며 우리 사회도 장애인, 약자, 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사회로 점차 나아가고 있다. 그와 함께 차별 용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듣는 모두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진화해 혐오와 배제, 차별의 언어가 아니라 관용과 배려, 포용의 언어가 넘쳐나길 바란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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